프로야구 해태 하와이 전지훈련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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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호놀룰루 중심가에 위치한 알라와이 시립공원.시내를 관통하는 운하를 따라 야구장 2개를 이어놓은 길다란 잔디밭이 가까이로는야자수 나무에,그 너머로는 고층의 호텔들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곳에 가까이 가면『아잇』『아잇』하는 익은 말소리가 한마디씩들려오고 빨간 상의를 입은 선수들의 표정도 낯설지 않다.
바로 이곳이 프로야구 해태가 올시즌을 대비,선수들의 몸만들기에 한창인 동계 훈련장.이곳도 겨울이지만 북회귀선을 북쪽으로 끼고 있는 상하의 천국 하와이는 수영이 가능할 정도의 날씨.선수들은 따가운 햇빛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며 뒹굴고 있다.가까이서 보면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긴장감이 흐른다.
훈련장옆 조그만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김응용(金應龍)감독.평소에도 검은 얼굴에 무표정한 그는 태양에 그을고 까만 선글라스까지 껴 도무지 무엇을 보고,생각하는지 짐작키 어렵다.
오전의 전술및 수비훈련이 끝난후 오후 훈련은 크게 네그룹으로나뉘어 실시된다.관중석에서 가장 멀리 외야 레프트 너머에 있는제2구장에는 이상윤(李相潤)코치가 선동열(宣銅烈).조계현(趙啓顯).김정수(金正洙).송유석(宋裕錫)등 주전급 투수들을 데리고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아직 공을 던지는 선수는 없다.투수들의번트 수비도 1루로 송구하는 흉내만 낼뿐 행여 어깨를 다칠까봐조심중이다.金감독은 이쪽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하다.
좀더 가까이에는 유남호(柳南鎬)코치가 김봉영(金奉永).최향남(崔香男).이우혁(李禹赫)등 어린 투수들에게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공을 이렇게 잡고,팔목을 저렇게 틀고 주문이 이어지며 이에따라 선수들은 힘차게 공을 뿌린다.金감독은 한동 안 이곳에서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다.
그러나 무표정한 金감독이 가장 눈길을 떼지 못하는 곳은 바로앞 홈 플레이트의 타격 연습장이다.정현발(鄭鉉發)코치가 토스해주는 공을 칠때 30분의 점심시간동안 여유가 넘치던 최고참 김성한(金城漢)의 얼굴도 굳어지는 곳.『팔꿈치를 끌어서 치란 말야.』 鄭코치의 주문은 냉정하고 김성한도 더욱 긴장한다.
큰형님이 이정도면 다른 선수들은 물으나 마나다.이어 프리배팅타석.10분간 약 60~70개의 공을 쳐낸후 선수들은 우익수쪽차영화(車榮華)코치가 기다리고 있는 주루 연습장으로 가 투수의모션을 훔치는 연습을 한다.
金감독은 스탠드에서 일어나 타자들의 뒤로 다가간다.루키 안상준(安相俊)의 타격이 매서워지자 허리까지 구부리며 살펴보다가 다시 허리를 편다.몸을 돌려서 그곳을 떠나려다가 다시 타자들의상태를 살핀다.
해태가 지난해 4위에 머무른 것은 37세의 김성한을 비롯해 33세의 이순철(李順喆),32세의 이건열(李建烈)등 노장들이 부진할때 중심타선을 메울 재목이 없었기 때문.정현발 코치는 그래도 신예들의 실력이 이들 노장에 많이 못미친다고 걱정이다.
『내년엔 우승합니다.해태가 2년 연속 우승을 놓친적은 없어요.』 金감독은 강변하지만 아마 타석을 꽉 채울 수 있는 신예를누구보다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호놀룰루=王熙琇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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