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사우스캐롤라이나서 승리 … 날개 단 매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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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공화당엔 1980년 이후 생긴 불문율이 있다.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남부의 풍향계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80년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로널드 레이건부터 2000년의 후보인 조지 W 부시까지 모두 이곳에서 승리했다. 2000년의 경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뉴햄프셔·미시간에서 부시를 꺾었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진 뒤 무너졌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일 매케인이 이곳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접전을 벌인 끝에 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매케인은 “남부의 첫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안겨준 사우스캐롤라이나여, 고맙습니다”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매케인은 이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같은 날 실시된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승리했다. 전체 대의원 확보 수에서도 롬니가 앞서고 있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언론은 매케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AP통신 등은 “네바다의 대의원 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보다 많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작다”며 롬니의 승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매케인이 플로리다 프라이머리(29일)와 ‘수퍼 화요일’을 앞두고 큰 추진력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8일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매케인은 당내 전국 지지율 선두다. 플로리다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전 영웅인 매케인은 이곳 공화당 유권자의 25% 정도 되는 퇴역 장병의 집단 지지를 받았다. 투표자의 30%쯤 되는 온건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들도 그를 많이 지지했다. 매케인은 투표자의 60%나 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 층에서 25%의 지지를 받았다. 침례교 목사 출신인 허커비는 복음주의자 표의 40%를 획득했으나 나머지 상당수를 보수 성향이 강한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에게 빼앗겼다. 그게 패인 중 하나다. 플로리다에 모든 걸 걸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네바다(득표율 4%)와 사우스캐롤라이나(2%)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에서도 그가 승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수퍼 화요일(Super Tuesday)=미국의 50개 주 중 민주당은 22개 주, 공화당은 21개 주에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나 코커스(당원대회)를 여는 2월 첫째 주 화요일(5일)을 일컫는다. 이날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대의원의 40% 이상이 선출돼 대선 후보 선출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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