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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들 ‘총선 앞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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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의 사람들’이 속속 4월 총선에 뛰어들고 있다. 청와대나 행정부 진출을 염두에 뒀다가 총선 출마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이 매일 늘어나고 있다.

 당선인 비서실의 권택기 정무기획 2팀장이 대표적이다. 경선캠프 기획단장, 후보 비서실 스케줄 팀장을 지낸 이 당선인 측의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당초 청와대 입성이 유력시됐으나 지역구 출마로 선회했다. 희망 지역구인 경기 고양 일산을 지역에 출마하려면 ‘친박근혜’ 진영에 섰던 김영선 의원과 공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도 비슷한 경우다. ‘이명박 서울시청팀’의 맏형 격인 그는 대구나 고향 경북 칠곡에서의 출마를 고려 중이다. 당초 ‘청와대행 1순위’였던 그의 거취를 결정할 마지막 변수는 이 당선인의 결심이다.

 청와대 대변인 하마평에 올랐던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최근 서울 도봉갑에 도전장을 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다. 뉴라이트 진영의 젊은 피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치러야 하는 치열한 예선전을 감수하고 총선 출마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전략 보고서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태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도 청와대 대신 출마(경기 남양주갑) 쪽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분과 김용태 전문위원도 서울 양천을에서 출마할 계획이다. 행정부 진출설이 돌던 배용수 전 공보특보는 서울 강서갑 출마 의사를 굳혔다.

 이 당선인 주변에 부는 ‘총선 출마 바람’의 배경은 뭘까.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총선이라 원내 진출이 수월하리라는 당사자들의 판단도 물론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초기 정부의 개혁작업을 국회에서 뒷받침할 이명박 직계의 전사(戰士)들이 필요하다는 이 당선인 측의 현실적 고민도 반영돼 있다. 이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8일 “지역구 출마 예상자들을 따져보면 ‘확실한 이명박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측근들의 출마 권유를 위해 ‘총선 총동원령’이라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강조해온 ‘유기적인 당·청 관계 복원’이라는 목적도 있다. 측근들을 당과 국회에 포진시켜 이 당선인과 청와대의 철학을 실천토록 하자는 것이다. ‘충성도 낮은 국회의원’들 때문에 애를 태웠던 지난 한나라당 경선의 아픈 추억도 있다.

 경선 당시 이 당선인을 지지한 국회의원들의 숫자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훨씬 많았다.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과 대세론을 타고 ‘이명박 지지’를 앞다퉈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집력이나 치열함에선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에 훨씬 못 미쳤고, 압승이 예상됐던 경선의 결과는 ‘지옥 문턱까지 다녀온 신승’으로 끝났다.

 인수위 주변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하기가 너무 고되기 때문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를 기본으로 쉴 새 없이 일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밤 10시에 잡힌 회의가 새벽 두세 시가 돼야 끝나는 경우도 허다해 ‘국민은 성공시대, 참모는 노예시대’란 조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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