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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세돌의 약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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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황이중 6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장면도(29~41)=“내 약점은 포석”이라고 이세돌 9단은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세돌의 초반 고전은 포석 탓이라기보다는 ‘무리한 싸움 걸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무공이 뛰어난 이세돌은 속전속결을 원한다. 그러나 상대는 이세돌과의 급전이 싫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급해진 이세돌이 중과부적의 전투라도 마다하지 않는 바람에 일찌감치 고전 속으로 빠져든다는 얘기다.

 이 판은 이세돌 9단이 우하에서 실리를 선뜻 내주고 두터움을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29와 31의 콤비네이션은 최근의 유행. 31이 실리적으로 워낙 좋은 곳이라 30으로는 먼저 31에 두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정석에 익숙한 올드 팬들은 29로 하나 달려두고 손을 뺀 모습이 영 불안할 것이다. A로 한 수 벌리는 것까지가 정석인데 어쩌자고 안 두는 것일까. 사실은 이 상태에서 손 빼기는 이세돌의 전문수법이다. 백B로 다가오면 C나 D, E 등으로 헤쳐나간다. 바야흐로 이세돌이 원하는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참고도’는 그중의 한 그림. 백1의 육박과 3, 5의 실리가 짭짤하다. 하지만 황이중은 장고 끝에 32로 우상으로 달려갔고 40까지 자리를 잡았다. 한데 이세돌의 41에 대해선 나이 어린 김지석 4단조차 픽 웃었다. 41은 감각적인 실수. 콘크리트처럼 강한 흑에 덧칠을 한 전형적인 ‘중복’이었다. 이런 손끝의 실수도 이세돌의 초반 고전을 만들어 내는 한 원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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