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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본 55년 신문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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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79)이 팔순을 앞두고 55년 신문 인생을 회고한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김영사,424쪽)를 펴냈다. 1952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방 명예회장은 62년 상무에 오른 뒤 전무·사장·회장을 지내면서 조선일보를 키웠다. 방 명예회장은 서문에서 “나의 신문 만들기 55년은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한 세월이었다”며 “이 책은 그 현장의 야사적(野史的) 기록”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집 아이’로 시작해 ‘신문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62년 조선일보 상무로 신문사 경영에 참가하면서 처음 한 일이 “피투성이(적자나 빚 투성이라는 뜻) 장부를 정리하는 일”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사채와 은행융자, 세금 체납액 등으로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있던 신문사의 체질을 바꿔갔다.

 그에 따르면 신문인으로의 삶은 한 편으로는 ‘재정적 어려움’과의 싸움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력과의 투쟁이었다.

이 책에는 64년 ‘중립국들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추진한다’는 기사 게재로 중앙정보부가 신문을 전량 압수하고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긴급구속한 사건 등 권력과 언론의 숨가쁜 대결이 생생히 소개돼 있다.

 언론사 경영인으로 옆에서 보았던 역대 대통령의 모습도 담았다. 12·12 직후 국방헌금을 해달라며 안가 인수를 제안한 전두환, 주변을 휘어잡는 장악력이 약했던 노태우, 대통령이 되려면 세 가지를 해결하라고 충고하자 취임 뒤 제일 먼저 청와대로 초청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에 관한 일화를 공개했다.

이 같은 일들을 소상히 소개할 수 있는 것은 62년 신문사 경영을 맡으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써온 수십 권의 일기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재정의 독립과 권력과의 투쟁이라는 양면의 전선에서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우는 시절을 살았다”며 그러나 “(앞으로) 한국 언론은 내가 살았던 시대의 논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22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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