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농구 삼성전자 공수양면서 기대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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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연세대가 대학팀으로는 처음으로 농구대잔치 타이틀을 차지한 93~94시즌에 불같은 슛으로 맹위를 떨치던 졸업반 스타 문경은(文景垠)은 다득점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골밑에서 기다리는 서장훈(徐章勳)에게 패스하는 기분으로 던집니다.』 이제 삼성전자의 간판 슈터가 된 文은 올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맞붙은 모교와의 경기에서 『절대로 서장훈에게리바운드를 잡게 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슛을 던졌다.그의 선배 김현준(金賢俊)도 마찬가지였다.
방법은 한가지,슛을 바스켓에 명중시키는 길뿐이다.
그러나 정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삼성슈터들을 경직시켜 야투율을 떨어뜨렸다.그만큼 2m7㎝의 센터 서장훈의 존재는 삼성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초 삼성은 리딩 가드 이상민(李相敏)이 빠진 연세대의 센터서장훈과 슈터 우지원(禹智元)만 봉쇄하면 이길수 있다고 판단한것으로 보인다.
포인트 가드 김승기(金承基)를 선발멤버에서 제외하고 수비가 좋은 김대의(金大意)를 기용해 우지원을 맡게 했고 박상관(朴相寬)과 이창수(李昌秀)를 더블 포스트로 포진시킨 것이 그 증거다. 우지원을 20점으로 묶은 김대의의 수비는 성공여부를 떠나효과적이었다.
禹의 슛은 승부가 걸린 시소상황에서는 침묵을 거듭했다.
그러나 센터들의 수비는 실업선수답지 못했다.
서장훈에게 준 26점,22리바운드도 문제지만 보조센터 구본근(具本根.10점)과 포워드 석주일(石周一.12점)에게 내준 22점이 치명적이었다.
서장훈이 무서운 것은 그의 개인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徐를 막느라 생긴 허점을 제2,제3의 선수가 파고들어 당초 계산에 넣지 않았던 손실을 입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구본근과 석주일에게 너무 많은 점수를 주었다.
1차전에서 삼성은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 삼성은 어떤 비방을 펼쳐보일 것인가.
2차전의 양상이 1차전과 다름없다면 연세대는 이상민이 없어도삼성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삼성은 연세대 선수들이 보아왔던,「바로 그 삼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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