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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메마른 홍제천 6월부터 물이 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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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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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홍제천에 올 초여름부터 물이 흐른다. 현재는 장마철을 제외한 평시엔 상류 쪽 일부 구간에만 약간씩 물이 흐르는 ‘무늬만 하천’이지만 6월부터는 하루 4만3000t의 물이 흐르는 진짜 하천으로 탈바꿈한다. 한강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린 뒤 둔치에 묻어 놓은 송수관을 통해 상류로 보내고, 이 물을 다시 하류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서대문·마포구는 총 408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 4대 지천의 하나인 홍제천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6월에 1단계 공사가 완료돼 통수식을 하면 하천 주변에 공원·산책로·벤치·운동기구 같은 주민 편의시설을 갖추는 2단계 사업도 본격화된다.

 ◆다시 살아나는 홍제천=종로구 평창동에서 발원한 홍제천(13.38㎞)은 종로(4.86㎞)·서대문(6.12㎞)·마포구(2.4㎞)를 거쳐 성산대교 북쪽 근처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 서북부의 중심 하천이다. 서대문구와 마포구는 지난해 11월 말 홍지문에서 한강 합류부까지 8.52㎞ 구간에 송수관을 묻는 공사를 끝내고, 12월 중순까지 18일간 하루 7500t의 물을 흘려보내는 시험 방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대문구 정회평 하천복원팀장은 “시험 방류로 홍제천에 물이 흐르자 주민들 사이에선 ‘홍제천에도 물이 흐를 수 있느냐’며 신기해했다”며 “한강물을 모래에 통과시켜 오염물질을 걸러내 수질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한강 합류부에서 물을 끌어 모으는 저류시설이 완공되는 6월부터 매일 홍지문에서 1만t, 유진상가 상류에서 2만5500t, 구청앞 백련교 하류에서 7500t의 물을 흘려보낼 계획이다.

 홍제천은 조선시대까지는 제법 물이 흘러 세검정이나 대원군 별장 등에서 계곡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환향녀·還鄕女)들이 정절을 회복하는 뜻에서 몸을 씻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홍제천의 주요 구간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어버리는 복개 공사가 이뤄지면서 하천 기능을 잃게 된다. 70년대 초반에는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와 그 주변이 복개됐고, 70년대 후반에는 경의선 철도 부근의 사천교 하류가 복개돼 주차장이 조성됐다.

 ◆둔치에는 걷고 싶은 길 조성=홍제천 주변을 정비하고 복개 구간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종로구는 홍제천을 복개한 자리에 세워져 흉물로 꼽히던 신영상가아파트를 216억원을 들여 철거했으며, 추가로 21억원을 들여 철거 부지 주변을 깔끔하게 가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마포구는 관내에 홍제천이 흐르는 지역(2.4㎞)을 4개 구간으로 나누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소공원·자전거길·터널분수·징검다리·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주민 편의시설을 짓고 있다. 서대문구는 편의시설 외에도 여름에는 물놀이장, 겨울에는 얼음썰매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홍제천 위를 지나는 내부순환도로(98년 완공)는 경관 복원의 장애물로 꼽힌다. 50m 간격으로 서 있는 교각과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분진·소음 때문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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