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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소니 오픈 우승 … PGA 통산 7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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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단한 뚝심이었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황이 초반부터 연출됐지만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인내심과 집중력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파70)에서 끝난 PGA 투어 소니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최경주는 1오버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PGA 투어 일곱 번째 우승이다.

 그의 닉네임대로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탱크’의 전형을 보여준 라운드였다.

 3라운드까지 완벽한 샷을 휘두르며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서 손쉬운 우승이 예상됐던 최경주에게 4라운드 상황은 180도로 변했다.

 야자수가 거세게 흔들릴 정도로 강한 태평양의 무역풍이 코스를 휘감았다. “매 홀 다른 방향에서 바람이 불고 공이 이리저리 튀어 다니니 정신이 없었다”고 최경주는 말했다. 컨디션도 매우 나빴다. 공이 똑바로 가지 않았다. 4라운드 드라이브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고작 29%. 전날 86%에 비해 3분의 1로 폭락했다. 아이언샷도 들쭉날쭉이었다. 전날 94%였던 그린 적중률은 61%로 떨어졌다.

 파4인 처음 두 홀에서 러프를 전전한 끝에 모두 세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고 각각 4.2m, 5.2m의 만만치 않은 파 퍼팅을 성공시켰다.

 4번 홀에서는 3m짜리 퍼트를 집어 넣었는데도 보기였다.

 이날 최경주가 5m 이내에서 버디 퍼트를 한 것은 단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샷 감이 나빴다.

 13번 홀에서 최경주는 프로선수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3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2위와의 타수가 2타로 줄었다.

 웬만한 선수 같았으면 벌써 무너졌을 법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정반대였다. “3퍼트를 하고 나서 나는 깨어났다. 3퍼트는 더 무너지면 안 된다고 나를 깨우는 각성제였고 이후 나는 일어섰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정신력과 경기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신력의 경기(spiritual game)라고 불리는 골프는 더욱 그렇다. 나쁜 컨디션에도 무너지지 않아야 대선수가 될 수 있다.

 최경주는 “잘될 때 들뜨지 않고, 잘 안 될 때 의기소침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내가 (신으로부터) 그런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보기를 하지 않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3타 차 완승을 거뒀다.

 2위를 한 사바티니(남아공)는 “마지막 3개 홀에서 버디를 잡았어야 최경주를 압박할 수 있었는데 잘 안 됐다”며 “최경주의 뒷심과 정신력에 졌다”고 실토했다. 경기 후 최경주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집중력을 잃지 말자고 나에게 주문했고, 그런 뒤 우승해서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유족들에게 최경주 재단을 통해 3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경주는 대회가 끝난 뒤 “유가족들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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