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서비스시장 올해도 제휴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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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 통신서비스 시장에서는 올해도 제휴를 통한 「적과의 동침」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정상의 통신사업체인 美AT&T社가 네덜란드를 포함해 4개국이 공동설립한 유니소스社와 4대6의 출자비율로 새로운 합병사를 설립키로 합의함으로써 유럽의 제휴판도는 이제 ▲英브리티시 텔레콤(BT)-美MCI▲獨도이체 텔레콤(DT).프랑스텔레콤(FT)-美스프린트▲美AT&T-유니소스의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이러한 구미(歐美)업체간의 제휴성사는 유럽의 통신서비스 시장이 내년에 완전 자유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통신 부문에서 앞서가는 美와 손잡고 자국 통신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의 이해가 유럽에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시 장 확대를 꾀하려는 美업체간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英파이낸셜타임스紙는 이러한 제휴가 『미래의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초전(前哨戰)성격을 띤 움직임』이라며 국가라는기본형태를 뛰어넘는 대륙간의 이같은 전략적 제휴 움직임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요사이 유럽의 통신사업은 다른 어떤 사업보다 황금알을 낳는 장사가 되고 있다.이와관련,런던의 한 전문가는 『유럽의 6대 통신사업자들(독일 텔레콤사의 동독지역사업부문제외)이 올해 자본비용.이자.배당금을 지출하고도 40억달러의 수익을 낳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럽 통신사업자의 돈벌이가 잘 될수록 그만큼 비싼 사용료를 고객들이 물어야 한다는데 있다.
현재 유럽 통신이용자가 부담하는 일부 서비스료는 미국보다 최고 10배나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면에서 유럽은 큰 부담을 안고있다.이와관련,지난해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준 美 통신하드웨어社 3컴의 에릭 벤하모 회장은 유럽 기업들이 美 와 경쟁하려면우선 『통신서비스가격을 미국 수준으로 즉각 낮추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 1세기동안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보장되던 통신사업의 국가독점권은 유럽연합(EU)의 통신시장 개방결정으로 조만간 사라지게 된다.
국가의 보호막이 사라지게 되면 가격과 서비스면에서 美경쟁업체보다 열세에 있는 유럽의 일부 업체들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반면 유럽의 일반 고객들은 처음으로 경쟁이 가져다주는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같은 서비스라도 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년전까지 통신사업의 독점권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강하게 반발하던 獨DT와 프랑스FT조차 통신시장의 자유화에 따른 생존 위협성을 심각하게 인식,이제는 경쟁업체가 아닌 동반자로서美업체와의 제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구미간의 제휴로 이득을 얻기는 美업체도 마찬가지다.
美의 어느 업체도 혼자서 앞으로의 글로벌 서비스를 감당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미간의 제휴는 올해에도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전망이다.
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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