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 인수위 1차 종합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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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인사는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의 발표가 지연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순히 18부·4처 체제를 14∼15부·2처로 개편하는 수준이 아닌,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의도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선인이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는 이유는 5년 후에도 이어갈 만한 정부 기능의 변화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개혁의 대명사인 대처 영국 총리도 십수 년에 걸쳐 작업했다는 걸 이 당선인이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 주변에선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가 추진한 일본 정부의 조직개편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처 스타일이든, 하시모토 스타일이든 요체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다.

①“IT한다고 문광부·산자부·방송위 다녀서야”=이 당선인은 11일 대한상의에서 “정보통신하기 위해 문광부 찾아가고 산업부 찾아가고 방송위 찾아가다가 진이 빠진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 부처 저 부처 흩어져 있는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라는 것이다. “부처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기능을 검토하라”는 게 실제 이 당선인의 지시사항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대(大)부처 체제다. 교육부·과학기술부로 분산된 연구개발(R&D) 기능을 교육부로, 정보통신부의 콘텐트는 문화부로, 기술 분야는 산업부로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그 예다.

대처 총리도 당시 대부처주의를 채택했다. 또 내각의 위원회도 대폭 감축했다. 이 당선인도 “정부위원회를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②“주요한 부서가 변화 못 쫓아가”=이 당선인은 1월 1일 시무식에서 “(일본) 대장성이 그 사회를 완전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장성을 없애는 조직개편을 했다”고 감탄한 일이 있다.

‘공룡 부처’의 존재는 관료주의의 상징이다. 공룡 부처를 없앤다는 것은 곧 개혁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인수위 측은 말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13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소수의 조직, 특히 지나간 상당히 주요한 부서에 있던 사람, 요직에 있던 사람들 중에 더욱 더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질타했다.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게 주위의 평이다.

대처 총리와 하시모토 총리도 대장성 등 핵심 부처를 개편하는 걸 주요 목표로 삼았다.

③“공무원 결국 감축할 것”=이 당선인은 공무원 감축과 관련해 두 가지 얘기를 해 왔다. “인위적 감축은 없다” “공직자 인원 대폭 줄이겠다는 생각 없다”는 말이다.

“상반된 메시지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인위적 감축이 없다는 것일 뿐 감축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자연적으로 주는 공무원을 4만 명씩 뽑아야 하는데 이 중 1만 명씩만 안 뽑으면 결과적으로 5% 정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이 또 다른 ‘감축’ 대상으로 삼는 건 직위다. ‘○○과’ ‘○○부’로 쪼개진 게 ‘자리 늘리기’란 인식에서다. 대처 총리 등 영국 정부도 민영화나 자연 감소분 등으로 20여 년간 공무원을 감축했다. 연평균 감축률은 1.5% 내외였다. 

고정애 기자

◆대처리즘=1979년 집권한 대처 영국 총리는 보수당의 전통적인 국유화와 복지정책 대신 민간의 자율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은 정부조직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민간으로 이양해 작은 정부를 실현했다. 그 결과 80년 75만 명이었던 공무원 수는 87년 64만 명, 97년 51만 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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