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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두 기업일수록 CEO가 직접 챙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호 31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저는 회사의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는 업무보고를 최고 재무책임자(CFO)에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IT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이슈가 생겼을 때만 쳐다보는 정도입니다. 이건 문제라고 보는데, 아닌가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익명의 독자)

바람직한 IT 업무 보고 체계는

A: 물론이죠. 큰 문제입니다. 중요한 문제인데도 큰 사고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묻혀있는 경우죠. 이는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CFO가 회사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마치 러시아의 수도승 라스푸틴이 황태자의 병을 치료해 황제의 총애를 얻은 뒤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던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CFO를 라스푸틴에 비유하는 건 좀 지나친 감은 있네요. 하지만 많은 CFO가 회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CFO뿐 아니라 최고행정책임자(CAO)가 인적자원(HR)관리를 비롯한 모든 업무 영역에서 다른 부서 책임자들보다 훨씬 큰 권력을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고를 CFO에게 하든, CAO에게 하든 의사결정 단계가 많아지면 조직이 관료주의화될 우려가 커집니다. 특정 CFO나 CAO가 회사의 모든 문제를 취합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 그들은 결국 CEO의 보디가드처럼 돼 버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CFO나 CAO를 찾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CFO나 CAO는 ‘CEO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모든 사람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결정할 수 없다. 그런 CEO의 짐을 덜어 줘야 한다’는 이유로 CEO가 할 일을 대신합니다. 이건 정말 잘못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IT 분야의 경우엔 대답하기가 비교적 쉽군요. 원래 IT란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편으로 쓰였습니다. 그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IT 관련 업무보고는 CFO에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두 기업들은 IT의 보편적이고 전략적인 효용성을 중시해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아직 대부분 회사는 그렇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질문하신 분의 회사처럼 말이죠.

H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회사가 HR 분야의 업무보고는 CAO가 받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직원들을 고용한 뒤 평가하고, 능력 계발을 담당하는 HR은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입니다. 따라서 HR에 관한 문제를 CEO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일종의 범죄에 해당합니다. 만일 어떤 회사가 그런 상황이라면, 그 회사의 CEO는 회사 구성원의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겠죠. 대신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하고 있는 중일 겁니다. 그럴 경우 회사는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현장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IT나 HR 관리자가 뭔가를 보고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죠. 또 사안의 중요성이 충분히 전달되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비용에 두는 CFO를 거치게 되면 현장 관리자의 통찰력이나 비전이 여과 없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현장 관리자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도 말이죠.

인재들이 IT나 HR 부서를 외면하게 만드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재들은 언제나 제대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CFO나 CAO와 대등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기를 원하는 그들이 그 밑에서 일하는 걸 원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IT 업무는 CFO에게 보고하게 해선 안 됩니다. 회사의 핵심 기능은 관료주의적 계층 조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고도 보편적이며 명확한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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