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꼴찌에게 박수를 보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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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라톤 선두주자들은 이미 앞서 간지 오래다.30분이나 뒤늦게지친 몸으로 그뒤를 쫓고 있는 꼴찌 마라토너가 나타났다.구경꾼모두가 측은한 눈길을 보낸다.이때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작은 박수 소리는 우레같은 함성으로 바뀌면서 지친 꼴찌는 용기백배 힘을 내 남은 코스를 향해 질주한다.
전기대학 입시 결과가 대체로 드러났다.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에서 제각기 젊음을 불태운 힘겨웠던 지난 날을 되돌아 보는 시점이다.왜 여기서 우리는 꼴찌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 작가의 애정어린 글을 생각해야 하는가.인생이 꼭 마라톤일 수는 없지만 그들이 달려온 길은 마라톤과 진배 없는 힘겹고도 어려운 코스였을 것이다.그 결과가 잘 되었든,잘못 되었든 그들의 힘겨웠던 완주(完走)에 우리 부모들은 다함께 애정어린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결코 대학이 인생의 결승점은 아니다.너무나 평범한 이 상식을 우리는 잊고 산다.대학교육이란 인생이라는 긴 여정(旅程)에서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통과 절차일 뿐이다.다만 조금 빠르게 통과했느냐, 조 금 느리게 지나갔느냐는 차이일 뿐이다.1차군(群)에 들어가지 못했으면2차군에 섞여 달리면 된다.자신의 능력.취향.적성에 맞는 대학이라면 1차면 어떻고,2차면 대수인가.적성에 맞는 2차대학 또는 전문대학의 선택을 통해서도 자신의 잠 재력은 언제나 개발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확신을 지녀야 한다.
인생이란 마라톤처럼 정해진 외길만을 달리는게 아니다.대학을 통해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대학을 통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긴 인생살이에 수없이 깔려있다.어느 길을 달리든 끝까지 확신에 찬 신념으로 달린다면 그 자체가 값진 인생이다.
대학의 당락(當落)이 인생의 당락일 수 없다.합격자는 자만하지 말고 불합격자는 절망해선 안된다.젊음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끝없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한때의 좌절은 긴 인생 노정에 필요한 단련의 기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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