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無定見한民自黨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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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黨개혁을 한다는 민자당이 무슨 개혁을 할 작정인지 알 길이 없다.세계화에 걸맞게 당명(黨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막상 나온 방안을 보면 개혁의 목표도,방향도 분명치 않다.
당명만 해도 현상공모까지 해 「통일한국당」이란 새이름을 내정까지 했다가 갑자기 민자당이란 이름을 유지키로 했다고 한다.그렇다면 당명을 바꾸기로 했던 까닭은 뭣이며,이제 와서 안바꾸기로 한 까닭은 뭔가.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당총재 가 민자당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고,혹 이탈파(離脫派)가 민자당 이름을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그러나 민자당 정도의 큰 당이라면 당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신중을 기할일인지 미리 헤아렸어야 했고,그에 따 른 여러가지 사항을 미리면밀히 검토했어야 옳았다.뒤늦게 현상공모까지 한 새이름을 백지화하고 「도로 민자당」이 됐으니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당명에서 보인 이런 무사려(無思慮).무정견(無定見)이 다른 개혁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당초 개혁의 일환으로 당대표직을 없앤다고 했다가 김종필(金鍾泌)씨가 물러나니까 다시대표를 두기로 한 것이 그렇고,당직의 경선문제도 이랬다 저랬다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했다.결국 달라진 것이라곤 원내총무의 제한경선과 시.도지부장의 경선정도인데 이런 내용이라면 환골탈태가 아니라 화장을 약간 고치는 정도다.
우리가 보기에 이런 결과가 된 것은 당초 민자당의 개혁추진이일정한 목표나 방향이 없었던데다 추진방식마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의 세계화」라는 총재의 말 한마디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정당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던가.
또 이런 중대한 당개혁을 한다면서도 당의 중추인 소속의원들의의견을 듣고 토론을 벌이는 의원총회 한번도 없었으니 그런 방법으로 개혁이 제대로 될리 없다.
자기 이름에조차 확신을 못갖는 이런 혼선으로 국민이나 야당이집권당을 더욱 만만히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민자당엔 팀워크정비와 분위기 쇄신이 시급한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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