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울고 웃는 애니메이션 실감 연기 어떻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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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션 캡처를 위해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하얀 점이 적외선 반사 단추다. 수십 대의 적외선 카메라로 움직임을 포착, 컴퓨터 캐릭터에 입히게 된다. [중앙포토]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의 4개 캐릭터는 배우 톰 행크스의 모션 캡처로제작됐다<上>. 또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한 데비 존스 선장<下>의 문어 다리 수염도 모션 캡처로 만들었다.

2006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의 특급열차 기관장, 주인공인 여덟 살짜리 소년 등 등장인물은 모두 컴퓨터로 만든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들의 풍부한 표정 연기는 진짜 배우 뺨치게 잘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선장 데비 존스의 턱에 붙은 문어 다리도 얼굴의 움직임에 따라 실감나게 움직였다.

◆배우 연기 컴퓨터 캐릭터에 입혀=‘폴라 익스프레스’의 기관장 등 컴퓨터 캐릭터의 실감나는 연기의 비밀은 실제 배우의 연기를 카메라로 잡아 컴퓨터 캐릭터에 그대로 입혀 놓은 ‘모션 캡처’라는 기술 덕이다.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특급열차 기관장과 여덟 살 소년, 그 소년의 아버지, 산타 등 4명의 역할을 배우 톰 행크스가 했다. 그는 얼굴과 몸에 적외선을 반사하는 작은 점들을 가득 붙이고 1인 4역의 연기를 스튜디오에서 했다.

그 주변에 설치된 수십 대의 적외선 카메라는 톰 행크스의 실제 모습 대신 그의 얼굴 표정과 몸 움직임만 잡았다. 적외선 카메라가 잡은 톰 행크스의 연기는 컴퓨터에 점과 선으로만 표시될 뿐이다. 톰 행크스가 1인 4역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적외선 반사 단추는 표정을 잡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톰 행크스의 볼이나 이마뿐 아니라 눈꺼풀에까지 그 단추들을 붙였다. 적외선 카메라는 그 단추의 움직임을 통해 톰 행크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잡아 낸다. 눈을 약간 감고 실눈을 뜨거나 입술을 실룩거리는 표정조차 놓치지 않다. 그런 표정을 컴퓨터 캐릭터에 입히면 실제 배우가 연기하듯 컴퓨터 캐릭터는 연기한다.

 ◆몸 전체 연기 포착=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모션 캡처는 얼굴과 손발 동작을 분리해 잡은 뒤 다시 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몇m 떨어진 곳에서 잡을 수 없었다. 또 다수의 배우가 연기하는 동작을 동시에 포착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캐리비안의 해적’,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 등 1~2년 전 개봉된 영화에 등장하는 컴퓨터 캐릭터들에는 출연하는 여러 배우의 전신 연기를 동시에 포착해 입힌 것이다.

 ◆얼굴에는 16~100개 반사 단추 붙여=보통 얼굴에는 미세한 표정을 읽어 내야 하기 때문에 적외선 반사용 단추를 16~100개, 몸에는 각 관절을 기준으로 33개를 붙인다. 이 정도면 배우들의 연기를 컴퓨터 캐릭터에서 실제처럼 재현해 낼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크다. 데비 존스 턱의 문어 다리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붙여 넣고, 얼굴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게 설정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민기 모션 캡처 감독은 “하드웨어의 눈부신 발달로 10m 거리에서 1㎜ 크기의 적외선 반사 단추를 촬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며 “스턴트맨이 소화하기 어려운 고도의 액션이나 대규모 군중을 대신하는 장면에도 모션 캡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모션 캡처(Motion Capture)=영상 제작 기법 중의 하나로 ‘동작을 포착한다’는 뜻이다. 컴퓨터 캐릭터의 연기를 실제 배우(또는 동물)가 대신하되 배우의 모습이 아닌 얼굴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만을 포착하는 기술이다. 포착한 실제 배우의 동작은 컴퓨터 캐릭터에 덧씌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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