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일산이었습니다. 지도 하나 달랑 펴들고 찾아갔지요. 방향치에다 운전도 서툰 제가 나타나자 그가 꽤 놀라더군요. 함께 차를 마시고 나서 그가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더군요. 조수석에 앉은 저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창밖만 바라봤습니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자유로는 주차장처럼 변해 있었어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던 그때 띠링하면서 온 문자 한 통, “옆에 남자 누구니?” 엄마였어요. 어떻게 알았지, 하는 생각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혹시 하여 옆을 봤지요. 그런데 헉, 바로 제 옆 차에서 엄마· 아빠가 저를 빤히 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입을 벙긋벙긋 하시면서. 남자친구가 눈치 못 채게 얼른 문자를 보냈죠. “그냥 친구야. 집에서 봐요.”
완고한 부모님께 오늘 일을 추궁당할 걸 생각하니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부모님 차와 다시 마주치지 않도록 일부러 길을 돌아돌아 집에 왔지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으면서 말이지요. 긴장한 탓에 그에게는 잘 가라는 얘기도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저녁 늦게 들어오셨습니다. 걱정과 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시더군요. 제 차와 비슷한 색깔의 차가 있기에 혹시나 해서 따라왔다는 겁니다. 함께 좋은 곳에 많이 다니라고 얘기까지 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남자친구와 데이트라도 한 줄 아셨나 봐요. 차인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러 다녀온 건데 말이죠…. ㅠ.ㅠ
이영미(29 ·회사원·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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