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19."민족문학과 세계문학" 뒷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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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 실린 글들은 그들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과는 달리 발표 당시에 곧바로 논쟁다운 논쟁을 촉발한 경우는 거의 없다.그러다가 白교수의 민족문학론은 1987년6월민주화투쟁의 결과에 대한 문학운동권 내부의 반성 이라는 형태로제기된 이른바 「민족문학주체 논쟁」의 과정에서 김명인.조정환등몇몇 신진 이론가들 사이에서 소시민적 관념성을 온전히 탈피하지못한 구시대의 「유물」로 정리되는 듯한 경향을 보였다.그러나 동구권의 붕괴와 더불어 그 이론 가들의 논거 가운데 상당 부분이 빗나간 판단에서 비롯되었음이 드러나는 가운데,白교수의 주장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이 평론집 가운데 「베스트셀러」에 드는것은 분명하다.그렇지만 출판사 쪽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는 편이라고 할 뿐 정확히 얼마나 팔렸는지는 저자 자신도 잘 모르는 형편이다.창작과 비평사가 민주화운동의 일 환이 된 대가로 당국의 탄압을 받던 당시,창비사에서 염무웅교수 평론집의 재판을 내기 위해 문공부에 납본을 했더니 당국에서 불온서적으로 판금조처를 내렸던 사건이 있었다.그리하여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재판이 나올 경우 판금될 것을 예감한 창비사는 판을 바꾸지 않고 책을 계속 찍어내는 작전을 쓰게 되고,그 결과 이 책의 출판 부수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불상사」가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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