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2000>13.엘리베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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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인기있는 영화 『스피드』에서 보듯 엘리베이터만큼 영화.TV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도 없다.
폐소공포증과 고소공포증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특성은 곧잘 밀폐된 공간안에서의 미스터리나 줄이 끊어져 추락하는 사건 등으로이어지며 많은 이의 흥미를 끈다.하지만 이중에는 잘못된 사실도많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져 바닥에 추락한 사고는 단한건도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설사 줄이끊어진다 해도 줄이 끊어지는 순간 스프링이나 유압을 이용한 각종 안전걸쇠들이 주변벽에 연결돼 제자리에 서게 하는등 엘리베이터에는 무려 6~8단계의 안전장치가 있다.줄이 끊어져 떨어지는엘리베이터 속에서 사람들이 모두 선채로 괴성을 지르는 영화의 장면도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안에서는 거의 무중력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발생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없고 좌우상하로 마구 움직이면서 뒤엉키게된다. 『닫힘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5% 더 손실된다』는 최근의캠페인도 잘못된 상식중 하나다.이는 정지한채 서있는 시간이 길어져 결국 엘리베이터 총운행시간의 단축으로 전력이 덜 소모된다는 뜻이지 사람이 인위적으로 누르면 전력이 더 손실된 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아무튼 엘리베이터가 오늘날엔 현대생활의 필수품이 됐지만 여기에는 경사진 빗면을 오르내리는데 드는 거리.시간을 수직운동을 통해 단축하려는 인류의 수많은 노력이 배어 있다.
사다리.계단등이 일찌감치 고안됐고 도르래.평형추등을 이용한 기기들도 기원전 2천5백년부터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건설을 위해등장했다.
비록 도르래에 줄을 걸어 사람이 당기는 방식이었지만 이같은 고안들은 기원전 2백36년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실제 사람을 오르내리게 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엘리베이터로 이어지기도 했다(티베트지방에선 지금도 대형두레박에 사람을 실어 옮기 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근대적 엘리베이터는 최초의 인공적인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 시작됐는데 1835년 영국에서 등장한 증기기관식 화물엘리베이터가 최초였다.이때만 해도 평형추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동력기관이 줄을 감으면서 무작정 들어올리는 방식이다보니 기기전체에 너무 많은 압력이 가해져 지지대가 무너지거나 줄이 끊어지는등 사고가 많아 사람에게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엘리베이터처럼 줄의 한쪽끝에 엘리베이터를 매달고 또다른 쪽에는 평형추를 달아 추의 떨어지려는 힘을 엘리베이터의 상승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1853년 미국인 엘리사 오티스에 의해 개발됐다.그는 줄이 끊어져도 떨어지지 않는 안전장치도 함께 개발,뉴욕박람회에서 자신이 직접 탄 채 로프를 끊어 안전성을 입증했었다.이에따라 오늘날 세계최대의 엘리베이터회사가된 오티스엘리베이터가 탄생했고 1857년 뉴욕시 하우치社건물에는 실제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5층을 올라가는데 약 1분이 걸릴 정도여서 이후 엘리베이터의 개발은 속도향상에 집중됐다.1889년에는 뉴욕 디마리스트 빌딩에 처음 전기구동식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수년뒤에는 버튼을 누르면 해당층에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식 엘 리베이터도 마침내 등장했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도 1899년 오티스社에 의해 개발돼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에스컬레이터」라는 상표명(1930년 상표명에서 일반명사로 전환됨)으로 최초 등장,세계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국내의 경우는 1940년 새로 개축된 화신백화점에 설치된 4대의 엘리베이터(일본 히타치로부터 수입)와 1대의 에스컬레이터가 최초인데,이후 계속 수입에 의존해오다 68년 LG산전이 일본 히타치와 기술제휴로 삼풍상가에 최초의 국산1호 엘리베이터를설치했다.
향후 엘리베이터시장은 분속 6백m급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이용해 줄도 없고 진동도 거의 없는 리니어엘리베이터(89년 저팬오티스社 최초개발)등으로 개발경쟁이 활발히이뤄질 전망이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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