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도시생활>재소자 뒷바라지 10년째-주부 宋姬順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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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해 서른여덟의 송희순(宋姬順)씨는 평범한 서울의 한 주부.
다르다면 그녀는 밝히기를 꺼리지만 남편이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보는 인기탤런트라는 점과 그녀가 개봉전철역 부근에서는 좀 큰 축에 드는 갈비집을 경영하고 있다는 정도.
하지만 그녀는 주위 사람들도 「천성」이라며 두 손을 들어버린어려운 이웃 돕기로 더 바쁘다.처녀적부터 길을 가다 거지를 보면 데려와서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혀 보내야 직성이 풀렸다는 그녀는 개봉동 일대의 소년소녀가장.지체장애자.경 로당.미화원들에서부터 인근의 영등포교도소.구치소 수감자들에 이르기까지 「마포갈비 아줌마」로 통한다.
85년께부터 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를 드나들기 시작한 그녀는 가족이 없는 재소자와는 자매결연을 맺어 출소이후까지 돌봐주는가하면 생일잔치.체육대회 등을 도맡아 뒷바라지하느라 한달이면 두어번씩은 교도소를 다닌다.
30여명의 이 식당 종업원들도 이같은 사장을 따라 교도소팀.
노인팀.소년소녀가장팀 등의 전담팀을 이뤄 음식준비 등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영등포구치소 수감자 1백여명을 독립기념관으로 하루관광을 시킨 것을 비롯,영등포교도소.구치소의 체육대회,생일잔치 등은 도맡아 챙긴다.宋씨가 나타나면 재소자들이 일제히 『마포,마포』하며 응원해 늘 쑥스럽다는 그녀는 그간 재소자들이 보내온 1천여통의 편지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지난해 봄 식당문을 닫아 걸고 각각 나눠 개최한 노인잔치와 미화원 잔치때는이은관.최창남씨등 이름난 국악인들이 총출연하는등 성황을 이뤘다. 마포갈비집에서는 60세이상 노인들이 와서 하는 식사는 돈을받지 않는다.『돈은 언제 버느냐』는 질문에 『그 노인.미화원들모두가 영업사원이 돼주어 걱정없다』고 했다.손님이 좀 줄었다 싶으면 노인들이 아들.며느리를 채근해 직장회식을 끌어오는등 10년이상씩의 단골손님으로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12년째 성시를 이루는 갈비집을 하면서도 아직도 가게는 시작때처럼 셋집이다.
종업원들에 대해서도 1주일에 한번은 쉬도록 하고 보너스.퇴직금에다 가정사정을 살펴 수시로 쌀가마니를 보내거나 핸드백.옷 등을 사줘 한번 들어오면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鄭基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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