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바쁘게 움직인 인수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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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3면

토요일인 5일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바쁘게 돌아갔다. 한 인수위원은 “예상보다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나는 분위기라서 인수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업무조정회의에서는 인수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대운하 강의’가 열렸다.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 팀장은 이 자리에서 대운하 공약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운하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인수위원들도 운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니까 이런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운하 추진 속도를 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위원들 모아 놓고 비공개 大운하 강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4일 한국에 온 데이비드 엘든(영국인) 두바이 국제금융센터감독원 회장도 분주히 움직였다. 엘든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조찬을 함께 한 뒤 오후엔 업무조정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인수위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한국과의 인연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수년간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왔지만 금융 면에서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나라”라며 “한국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일 머니’가 아시아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에서는 창작 콘텐트에 대한 보호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문화강국이 되려면 창작자의 권리가 철저히 보장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상파TV, 포털 사이트, 이동통신사가 그 혜택을 차지한다”며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실태 파악을 위해 게임ㆍ영상물 제작자 등과 함께 현장조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각 부처의 업무보고 현장에서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 활동을 비판한 데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김형오 부위원장은 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어제 노 대통령이 인수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수위) 어떤 곳에서도 고압적ㆍ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데가 없다”며 “5년 전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와는 다르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물러나는 사람하고 토론이나 시비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제1분과 강만수 간사는 공정거래위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기존 5년 정책에 대해 비
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노무현 정부가 2월 24일까지는 법률상 계속되고 25일 이명박 정부의 시작과 함께 여러분 (공정위 관계자들)은 그때부터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숙 위원장도 국정원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이 자리는 국감 자리도 아니고 당정협의와 비슷한 자리”라고 규정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참여정부의 (부처) 국장들이 인수위에 불려 가서 호통을 당한다”며 “힘없고 빽 없고 새 정부 눈치만 봐야 하는 국장들을 데려다 호통 치고 반성문 쓰게 하는 게 인수위냐”라고 말했다. 인수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소금을 더 뿌리지 않으면 저도 오늘로 (인수위 비판) 얘기를 그만할 것이고 앞으로 계속 뿌리면 저도 깨지고 상처를 입겠지만 계속 해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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