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멕시코 금융위기의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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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멕시코 페소貨의 불안이 전세계규모의 통화 태풍으로 확산되고 있다.세계경제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로 새 출발하는 95년연초에 겪어야 할 희생의식일 수도 있다.문제는 희생자의 범위,상처의 깊이,회복에 걸리는 기간에 있다.만일 이 번 태풍을 잘처리하지 못하면 제2,제3 연달아서 추락하는 통화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이다.세계경제도 끊일 날 없는 태풍의 소란 속에 빠져들 수 있다.
태풍은 특이하게 발전하는 열대성저기압이다.WTO의 출현은 무엇보다도 세계경제를 한개의 통합된「기체」같은 것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약한 통화는 이런 환경에서는 여지없이 악화(惡貨)임이 드러나고 만다.악화란 실제 함량(含量 )이 명목가치를 밑도는 화폐다.특히 변동환율제인 현행 국제통화제도속에서는쉽사리 상대적 구매력의 하락이나 정부에 의한 무리한 자국 통화의 高평가로 인해 어느 통화라도 태풍의 눈으로 발전할 수 있다.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이나 국제수지 악화 속에서 통화의 평가를높게 유지하다가는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대규모 환란을 초래할수 있다.
미국(美國).유럽연합(EU).일본(日本)의 3大 선진 경제는멕시코 페소貨 안정화를 위한 외환(外換)을 적절한 규모로 신속히 지원함으로써 이 경제태풍을 진압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각국은 자기 나라의 통화가 함량미달 상태가 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여기에는 한국(韓國)의 원貨도 예외는 아니다.물가불안,실명제를 위해 과도하게 팽창된 통화량,포트폴리오 투자 때문에 몰려든 외화때문에 高평가 위에 떠있는 원貨 가치,이런 모든 것이 불안 요인이다.국제통화기금(IMF)은 WTO체제의 진전이 국제통화제도에 미치는 막대한 의미를 고려해 지금의 변동환율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만일 페소貨위기가 더 심각한 규모로 커져 장기화한다든지제2,제3의 다른 통화태풍이 생기게 되면 WTO체제는 세계경제를 위한 축복은 고사하고 앙화(殃禍)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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