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이 안보이는 세금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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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대체 언제쯤 가야 세금비리(非理)의 끝을 보게 될 것인가.
뒤지기만 하면 비리의혹은 터져 나온다.
이번에는 서울시내 22개 전(全)구청에서 보관중인 90년부터작년말까지의 5년간의 등록세 수기(手記)영수증이 무더기로 증발됐다는 사실이 자체감사결과 드러났다.지난 5년간의 등록세 수기영수증 2백86만여장을 전산입력작업한 결과 은행 이나 등기소에서 통고해온 것중 32만4천여장이나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작년말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서 세금관련비리가 적발됐다는 감사원발표의 충격에서 벗어날 틈도 없다.
서울시는 전산화가 잘 되어 있어 도세(盜稅)가능성이 없다던 장담은 허무맹랑한 소리였다는 얘기고,인천.부천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서울시 세수(稅收)규모로 보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세금횡령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물론 영수증철이 맞지 않는다 해서 세금횡령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전산입력과정에서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고,관리부실로 분실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엔 수십만장에 이르는 증발규모가 너무 크고,일부구청에선 고의적인 멸실(滅失)냄새도 강하게 풍긴다.지난해 감사원특별감사결과 세금횡령액이 전국 1위로 지적받았던 강남구에서는19개동의 등록세 영수증철이 무더기로 증발됐고 ,서초구에서는 1만5천장의 등기소 영수증이 다발로 사라졌다.다른 구청에서도 증발규모에 다소의 차이는 있으되 단 한 곳 예외가 없었다.고의멸실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철저한 진상파악 필요성을 강조하지않을 수 없다.
서울시 스스로도 등록세 접수대장과 등기소원본,은행통보분에 대한 대사(對査)작업을 통해 단순분실인지 고의폐기인지를 가려내고,비리의혹이 짙은 구청에 대해서는 취득세에 대한 조사도 벌이겠다고 밝혔다.현재로서는 우선 서울시 자체의 철저한 감사를 기대한다.행여라도 은폐나 축소를 통해 문제를 축소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끝이 안보이는 세금비리가 답답하지만 파헤칠 것은파헤쳐야 한다.「이쯤했으면」이란 안이한 생각이 문제를 키워왔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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