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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조사하면 다 나온다” 흥신소 백태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 미행·추적의 단서… “필요한 것은 휴대전화 번호와 사진”
■ 소재 파악의 비밀… “대포폰 친구찾기로 위치 추적 가능”
■ 떼인 돈 수금 비법… “채무자 회사에 후배들 취업 조치”

“조사하면 다 나와!”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대사다. 정말 무엇이든 조사하면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 실제로 그런 일을 ‘척척’ 해내는 곳이 있다. 바로 ‘흥신소’다. 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하기에 ‘해결사’라는 말까지 나올까?


흥신소. 예전처럼 주먹패들이 일반인들을 뒷조사하고, 불륜 사진을 미끼로 거금을 갈취하는 냉혈한들이 모여있는 사무실이 아니다. 또 밀실을 차려놓고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로 사생활을 엿보는 파렴치한들이 다니는 직장도 아니다.

취재 중에 만난 현업 종사자는 아직은 법 테두리 밖에 있지만 ‘사설 탐정’이라는 직업의식(?)을 갖고 발로 뛰는 직업인이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개척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데 자부심마저 느끼는 듯했다.

전국 곳곳에서 성업 중인 흥신소는 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는 것만 1,991개. 이들은 흥신소·심부름센터·OO기획 등의 상호로 소개돼 있다. 시·도별 분포를 보면 서울에 501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47곳, 부산 211곳, 경남 154곳, 인천 105곳, 대구 92곳, 경북 79곳, 대전 64곳, 전북 57곳, 광주 54곳, 강원 52곳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비스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등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유령업체, 즉 집계되지 않는 업체까지 감안하면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흥신소라는 간판 대신 심부름센터라는 이름을 내건 업체가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간판만 바꾼 경우다. 심부름센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업체들도 기존 흥신소 업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정말 다양하다. 말 그대로 돈 주고 시키는 일이라면 영역이 없다. 사생활 추적, 기업 조사, 사람 찾기, 비리 조사 등을 비롯해 증거 수집, 떼인 돈 수금, 신변보호 등의 일을 대행한다. 뿐만이 아니다. 상품 구매 및 배달, 공과금 대납, 서류 작성, 시장 보기, 지방출장 대행, 중고차 구입, 벌초 대행, 경조사 참석 등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처리해 준다.

단, 과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청부업이나 도청 등은 아예 업무영역에서 제외한다. 의뢰인이 비용을 감수하고 도청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단호히 거절하는 눈치다. 그런 ‘눈에 띄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최근 들어 워낙 배우자 행적 조사 등의 사생활 추적 의뢰가 많아 그것만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철칙’을 갖고 흥신소를 운영하는 부천의 토박이 업자를 어렵게 만났다. 그는 일명 ‘노 소장’으로 통하는 흥신소 운영 15년차의 베테랑이다.

1 끈질긴 미행·추적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사전계획”

2007년 11월27일 오후 5시. 실내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카맣게 선팅한 BMW 차량이 서울시청 인근 모 기업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한 사내가 차에서 내리더니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곧바로 주차장을 빠져 나와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일행으로 보이는 2대의 차량에 지하 주차장을 가리키며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마냥 대기한다.

오후 6시10분. 지하 주차장에서 에쿠스 승용차 한 대가 빠져 나오자 대기하던 차량 3대가 따라 붙는다. 5분 정도 달리더니 에쿠스가 멈춰서고 한 여성을 태운다. 에쿠스는 일산 방향으로 달린다. 도착한 곳은 파주 금촌. 에쿠스 운전자와 여성이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오후 10시. BMW 차주가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통화한다.

“여보세요. 지금 귀가합니다. 그럼 오늘은 철수하겠습니다.”

필요한 것 ‘휴대전화 번호’ ‘사진’

다음날인 11월28일 오후 5시. 차량 3대가 전날과 똑같이 모 기업 근처에서 에쿠스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에쿠스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길가에 멈춰 선다. 에쿠스 운전자가 누군가와 20여 분 정도 전화통화를 하더니 금촌 쪽으로 황급히 이동한다. 에쿠스 운전자는 금촌에 도착하자 또 전화를 한다. 창밖으로 담배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몹시 기분이 상한 듯 보인다.

오후 8시. 에쿠스 차량을 뒤쫓던 BMW 차주가 휴대전화를 열고 전화번호를 누른다.

“오늘도 바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잡히겠죠.”

그날 밤, 에쿠스를 뒤쫓던 3대의 차량이 부천시 원미구 모처에서 다시 모였다. 회의를 하는 듯하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들이다. 한 명이 탁자 위에 메모지를 꺼내 놓고 볼펜으로 뭔가를 그리면서 설명한다. 아무래도 다음 날 일정과 동선을 상의하는 것 같다.

다음날인 11월29일 역시 같은 시각, 같은 장소. 전날보다 조금 일찍 나온 에쿠스가 이틀 전 만났던 여성을 태우고 금촌으로 향한다. 미행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뒤를 쫓는 3대의 차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오후 8시30분쯤 금촌 지역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남녀가 차 안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금촌 역에서 파주시청 쪽으로 차를 달려 인적이 드문 A모텔로 들어선다. 뒤따르던 BMW 안에서는 계속 캠코더로 이들을 촬영 중이다. 모텔 간판부터 남녀가 모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까지 녹화했다.

“여보세요. 지금 막 들어갔습니다. 이쪽으로 나오시죠.”

BMW 차주의 전화 목소리다.

“도착하시면 연락 주시고, 두 사람이 모텔에서 나올 때 경적을 두 번 울릴 테니 그때 내리시면 됩니다.”

두 남녀가 모텔로 들어간 지 1시간쯤 지났을까? 경적이 울린다. ‘빵빵~’. 50m 떨어진 곳에서 10여 명이 서둘러 뛰어오더니 모텔 입구에서 남녀를 둘러싼다. 동네가 떠나갈 듯 난리가 났다. 20분 정도 지나 BMW 차주가 한 여자를 부르더니 조용하게 말을 건넨다.

“찍은 ‘물건’은 내일 오전 ‘퀵’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잔금은 지금 처리해 주시고요.”

물건은 다름 아닌 사진과 동영상을 CD에 옮겨 만든 증거자료다.

“바로 작업할 테니 착수금 준비하라”

일을 마친 노 소장에게 부천시 원미구 모처에서 다시 만나 저녁식사를 제안했다. 뜻밖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는 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3일 동안의 행적을 풀어놨다. 그러면서 이야기 도중 등장하는 사람 이름이나 나이·주소 등은 묻지 말라고 당부했다. 흥신소 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고객의 비밀 보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노 소장은 먼저 “이 정도면 아주 쉬운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재탕’이라고 했다. 이번 3일간의 추적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소장은 2007년 10월 말 어떤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용건은 “처제의 남편이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 같다”며 불륜 현장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의뢰받을 때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 휴대전화 번호와 사진이다.

휴대전화 번호는 별도로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이고, 사진은 인상착의를 확인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 소장은 “특히 미행·추적 대상이 여성인 경우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착용 여부, 화장 등으로 정확히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다”며 “그러면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약속한 장소(식당)에서 추적 대상과 식사를 하라고 입을 맞춘 다음 가까운 자리에 앉아 사진과 실물을 재확인하기도 한다.

노 소장은 의뢰인에게 휴대전화 번호와 사진을 넘겨받은 후, 직접 의뢰자의 처제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몇 가지를 물었다.

“차량을 미행해야 하는데, 바깥 분의 차종과 차량 번호가 어떻게 되죠?”

“에쿠스고요. 번호는 XXXX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작업할 테니 착수금만 준비해 주세요.”

“네, 어디로 보내면 되죠?”

통화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노 소장은 “통화한 여자는 물론 추적해야 할 남편의 이름이나 나이 등은 전혀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달 전 의뢰받은 일은 전화 통화를 한 불륜남의 아내가 이름·주소·직장까지 알려줬기 때문에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단다.

노 소장은 이렇게 해서 “1주일 만에 어렵게 불륜 현장을 잡았는데, 그의 아내가 ‘남 보기 창피하기도 하고, 남편의 직장 문제도 있고 해서 경고 차원에서 봐주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해 그 자리에서 잔금만 받고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달 후인 2007년 11월24일, 불륜남의 아내로부터 “한동안 안 만나는가 싶더니 요즘 다시 늦게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다시 잡아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노 소장이 말한 ‘재탕’은 똑같은 의뢰인의 일을 두 번째 맡게 됐다는 의미였다.

2 신원·소재 파악의 비밀
“위치추적으로 하루 안에 찾아낸다”

노 소장의 말에 따르면 흥신소에 의뢰하는 내용은 ‘배우자 뒷조사’가 70%, ‘가출인 소재 파악’과 ‘기업 조사’가 각 10%, ‘떼인 돈 수금’이 5%, 나머지 5%는 말 그대로 잔심부름이다. 뒷조사나 신원·소재 파악 등 사생활 추적이 10건 중 8건이라는 것이다.

뒷조사는 신상정보만 알면 곧바로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출인 소재 파악은 어떻게 할까? 신상정보를 알더라도 어느 지역에 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데 말이다. 상식적으로 경찰서에 가출신고를 하더라도 수일이 소요되는데, 노 소장은 “빠르면 하루에 찾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해결한 일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가출한 여학생을 찾는 일이었다.

노 소장은 “이런 경우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 복잡한 절차를 소개했다.

우선 휴대전화 번호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한다. 어떻게 알아낼까? 5년 전만 하더라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경찰 인맥을 통해 이름·나이·주소 등을 알아냈지만 요즘은 그 방법이 불가능하다 보니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해 냈단다. 이동통신 대리점의 경우 직접 방문해 친척이라고 말하고 체납된 요금을 대신 납부하겠다면서 정보를 빼낸다는 것이다.

또 가출인의 부모나 친척으로 가장해 소방서에 찾아가 위치추적을 부탁하고, 대략적인 위치를 곁눈질로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해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흥신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따로 있었다. 또 다른 사설 정보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노 소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개인정보만 전문으로 캐내는 사설 정보업체가 두 군데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국 각 지역의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상대로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한다고 한다.

‘대포폰’으로 위치 추적

노 소장은 “건당 10만~15만 원 정도를 송금하고 휴대전화 번호만 불러주면 그 업체는 30분 이내에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을 문자로 보내준다”고 했다. 아무도 이 사설업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오히려 개인정보를 빼내는 데는 훨씬 안전한 셈이다.

이렇게 신원을 파악한 후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위치추적을 하려면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통보하고, 의뢰인이 동의하면 곧바로 사설 정보업체에 연락해 가출인의 전화번호와 같은 번호로 소위 ‘대포폰’을 만든다. 그 대포폰으로 ‘친구찾기’를 등록하면 가출인이 전원을 켜 놓았을 경우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위치를 찾으면 지체 없이 아르바이트생을 10명이든, 20명이든 불러 해당 지역으로 출발한다. 이동하는 사이 아르바이트생들과도 ‘친구찾기’ 등록을 한다. 그 다음 화면에 가출인의 위치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위치를 확인해가면서 가출인 위치가 나타난 인근 지역을 이 잡듯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노 소장은 “이렇게 하면 백발백중 잡히게 돼 있다”며 “가출인의 휴대전화와 똑같은 대포폰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50만~2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 사설 정보업체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노 소장에게 재차 물었더니 업자들 사이에서도 ‘불문율’이라면서 답을 피했다. 노 소장은 “그 업체가 어디에 있고,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필요가 없다. 필요한 정보만 얻고 돈만 보내주면 서로 볼 일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3 떼인 돈 받아내는 기막힌 방법
“채무자 회사에 후배·직원 취업시켜 꼼짝없이 갚도록”

떼인 돈을 받아내는 것도 흥신소의 주요 업무다. 그러나 노 소장은 현재 미수금 처리는 아예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더러 의뢰를 받아 처리했지만, 채권추심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일거리도 없을 뿐 아니라 일을 맡더라도 시간만 오래 걸리고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란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착수금과 수금 완료 시 수금액의 30%를 받기로 하지만, 들이는 노력에 비해 소득이 적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다만 흥신소를 개업하기 전에 채권추심업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K정보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나름대로 다양한 기법을 설명해 주겠노라고 했다. 노 소장은 그러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못 받은 돈 받아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몇 년 전까지 미수금을 처리해 주면서 썼던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예전에 쓰던 방법은 3가지다. 첫째, 장기간 채무자를 쫓아다니면서 끝끝내 채무이행각서를 받아내거나 현찰 수금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채무자가 출근할 때든, 거래처 사람을 만날 때든 집요하게 미행해 현장을 덮쳐 망신을 주면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이 경우 처음에는 오히려 채무자가 욕설을 퍼붓고 때로는 힘으로 제압하겠다며 협박도 한단다. 하지만 그렇게 대응하는 것도 잠시. 결국 돈을 내놓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통하는 시간은 경험상 10일 정도”라고 노 소장은 덧붙였다.

“며칠을 쫓아다니면 서서히 반응이 나오는데, 그때부터는 심리전으로 붙어야 한다. 이때 채무자의 출신 지역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다. 경험상 전라도 출신들은 정말 험악하게 나오다가도 마지막에는 화끈하게 갚고, 경상도 출신들은 끝없이 막말을 퍼부으면서도 약속 날짜를 잡고, 충청도 출신들은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한참 망설이다 결정한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아예 흥신소 직원이나 절친한 후배를 채무자가 다니거나 경영하는 회사에 취업시켜 회사 안에서 소문을 퍼뜨리는 등 압박을 가해 ‘합법적’으로 미수금을 받아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안전하기 때문에 최근에 많이 쓴다고 한다. 일단 취업한 후에는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없는 점과 취업자가 한 달 중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면 1개월치 통상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감안해 의뢰가 들어오면 아예 법무법인으로 넘기거나 허가받은 채권추심업체를 소개해 준다.

노 소장은 세 번째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못 받은 돈 받아 드립니다’라는 현수막과 생활정보지에 넘치도록 실리는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라는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폭력 휘두르는 구식도 범람

이들은 우선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신용정보회사의 업무를 하지 못한다. 신용정보회사 업무란 연대보증인 소재 파악이나 주민등록표 열람, 휴면보험금 유무 확인, 법인등기부등본 확인 등이다. 때문에 이들은 결국 ‘구식’ 수법을 쓴다. 폭력을 휘두르거나 협박을 일삼는 것이다.

노 소장은 “그렇지 않은 업체도 있겠지만, 이 경우 거의 무허가 채권추심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먼저 채권서류 등을 위임받아 작업한다지만 그 자체가 문제이고, 채권자가 아무 생각 없이 서류 원본을 수금대리인(위임자)에게 넘길 경우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본 파기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구두로 채권을 포기할 경우 업자들이 그 서류를 들고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중간에서 받아 챙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15년 흥신소 운영 노하우
“전화번호 65개로 월 500만 원 이상 수익”

전화번호 65개? 이는 흥신소가 서울권을 제외한 인천·경기지역에 깔아 놓은 전화번호다. 웬만한 기업의 수도권 영업장 수보다 훨씬 많다. 인천·경기지역의 기초자치단체가 인천의 10개 구(區), 경기도의 31개 시(市)·군(郡) 등 41개임을 감안하면 흥신소 전화번호가 ‘그물망’처럼 깔려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용인·평택 등 시골 구석구석에서도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

노 소장은 “예전에는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어차피 외근이 많아 사무실을 없애고 대신 일반 전화를 신청해 휴대전화로 착신시켜 운영한다”며 “내 앞으로 전화번호 20개, 인천에서 25년째 흥신소를 운영하는 선배가 25개, 다른 소장 한 명이 20개를 개설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화번호가 100개였는데, 같이 일하던 친구 2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현재 65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각자 지출하는 한 달 전화요금만 40만~50만 원 정도란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은 대체 얼마나 될까? 노 소장은 “대기업 간부들이 받는 연봉 정도는 챙긴다”고 한다. 상담 문의가 가장 많은 배우자 불륜 추적의 경우 건당 250만~300만 원이다. 물론 지역이나 의뢰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사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노 소장은 “문의 전화가 걸려올 경우 대화 과정에서 소유 차종을 물어보고 그것으로 상대방의 재력을 판단한다. 한 건에 가장 많이 받은 경우는 2,000만 원이었는데, 그 의뢰인의 차가 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사람이 한 달에 수임 계약하는 건수는 보통 2~3건. 선배·동료와 동업하는 형식이다 보니 9~10건 정도 처리하는 셈이다. 교통비·전화비 등 경비를 빼고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은 된다는 것이 노 소장의 말이다. 여기에 25만~30만 원에 계약하는 하루짜리 일감은 용돈벌이로 충분하다고 한다.

5 최종 목표는 ‘사설탐정’
“국익 저해하는 국제 산업 스파이 잡고 싶다”

국내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하는 일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명탐정 ‘셜록 홈즈’가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추리하는 정적인 모습이 아니다.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며 뛰어다녀야 한다.

게다가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사생활 조사·추적이 대부분이어서 잔심부름을 제외하면 거의 ‘신용정보 유출’ 또는 ‘첩보 사기’라는 죄명으로 발목을 잡히게 돼 있다. 노 소장은 “10여 년 전 경찰의 ‘함정수사’에 덜미를 잡혀 옥살이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흥신소 직원이 아닌 ‘사설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체계적 교육 과정을 거쳐 공인 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연히 제도적 양성화가 전제조건으로 뒷받침돼야 할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민간조사협회라는 단체에서 민간조사원(PI·Private Investigator) 양성교육을 일부 진행하지만, 관련법 자체가 없어 실질적으로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름 없는 상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가루 에이전시’(탐정학교)와는 차이가 크다.

노 소장은 “이 학교는 수십 년간 활동한 전직 사설 탐정들이 만든 특수교육기관”이라며 “한국에도 빨리 이런 탐정학교가 개설되고 법도 만들어져 민간조사업계가 합법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흥신소가 처리하는 업무는 잔심부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외국계 민간조사업체 20~30곳은 기업 컨설팅 회사 형태로 들어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외국계 업체에 종사하는 인원만 2005년 현재 3,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국내에서 활동하리라는 것이 노 소장의 추정이다.

노 소장은 “양성화를 요구하는 것은 제도를 등에 업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계속 경험을 쌓고 여러 활동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 탐정학교가 만들어졌을 때 나도 한번 후배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또 “외국처럼 탐정으로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국익을 저해하는 산업 스파이나 국제 사범을 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월간중앙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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