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알맹이뺀 白球제전팬도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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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8일까지만해도 스탠드가 미어질 듯하던 잠실학생체육관.그러나 9일은 겨우 1천여명만이 관람해 냉기가 감돌 정도로 싸늘해졌다. 체육관에서는 여자부 수위를 다투는 호남정유-흥국생명이 정상다툼을 벌이고 있었고「오빠부대」를 몰고다니는 성균관대-홍익대의경기가 마련돼 있었는데도 관중들은 경기장을 외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맥빠진 경기방식 때문이다.
남대부는 출전 7팀중 4팀이 2차대회에 진출하게 돼 예선통과가 확정된 팀들은 애써 무리한 경기를 펼칠 필요가 없게된 탓이다. 여자부는 아예 출전 9팀 모두 2차대회에 올라가 더블리그전을 펼치게 돼 있다.
예선에서의 성적이 2,3차대회에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구태여 사력을 다해가며 1차대회 호성적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1차대회 마감을 이틀앞둔 9일 경기중 한국전력-럭키화재전은 이런 경기방식의 허점이 극명히 표출된 대표적 케이스였다.
2차대회 진출이 확정된 한전은 아예 주전세터 신영철(申英哲)과 센터 김철수(金鐵秀)등 국가대표를 뺐고 역시 예선통과한 럭키화재도 2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관중석의 야유가 빗발친 것은 정한 이치였다.
전날 상무는 럭키와의 경기에서 아예 에이스 마낙길(馬樂吉)을빼고 경기를 치렀다.
2차대회를 대비해 주포를 아껴두기 위한 최삼환(崔三煥)감독의배려다. 배구협회는 풀리그.더블리그등 경기방식으로 탈락팀 수를줄임으로써 게임수를 늘리고,따라서 관중수입을 증대시킬 목적으로대진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맥빠진 경기방식으로 게임수에 비해 관중이 찾지 않으니역시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행정의 표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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