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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때문에 결혼생활 힘들다는 당신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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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원불교 권도갑 교무는 “분노의 순간은 나의 실체를 보는 순간이다. 그래서 분노는 나를 일깨워주는 에너지이자,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라며 “분노가 생길 때 나의 내면에 있는 문제의 뿌리를 들여다보라”고 말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원불교 권도갑(59) 교무는 ‘부부문제 해결사’로 통한다. 그렇다고 심리학이나 카운슬링을 따로 전공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지도하는 ‘행복한 부부 캠프’를 다녀온 사람들은 무릎을 친다. 그리고 털어놓는다. “남편의 고집 때문에 평생 힘들게 살았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깨달았죠. 제 고집이 더 세더군요.” “집사람과 나, 대화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이젠 삭이지 않고 그때마다 얘기해요. 그랬더니 짜증톤에서 차근차근톤으로 목소리가 변하대요.”

 캠프는 불과 1박2일이다. 비결이 뭘까. 권 교무는 “다름 아닌 마음공부”라고 말한다. 그걸 통해서 보면 ‘배우자는 나의 거울’이 된다고 했다. 예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그 ‘엔진’은 부부다. 새해 첫 주에 ‘엔진’을 위한 조언을 듣고자 권 교무를 만났다. 그리고 ‘배우자와 나, 마음공부’를 물었다.

 
 -작든, 크든 누구나 ‘부부 문제’가 있다. 왜 그런가.

 “결혼 전에는 서로 멋지고 예쁜 면만 보여준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기대를 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대부분 그 기대가 무너진다. 상대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되나.

 “둘 사이의 신뢰와 존경이 깨진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남편은 일에서, 아내는 아이에게서 만족감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럴수록 둘의 관계는 더 멀어진다. 결국 나중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열쇠’는 어디에 있나.

 “사람은 모두 배우자가 변하길 바란다.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달라지길 원한다. 그러나 배우자에겐 ‘열쇠
’가 없다. 열쇠는 내 안에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내가 변하고, 내가 달라져야 한다.”
 
-내가 변한다니, 어떻게.

 “‘배우자를 잘못 만났다’고 여기는 사람들 속에는 ‘현실의 배우자’가 없다. 대신 ‘이상의 배우자’만 들어가 있다. 배우자 대신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이 내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상처와 고통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런 내가 변해야 한다.”
 
-변화의 첫 단추는.

 “먼저 나와 배우자가 만난 이유를 알아야 한다. 결혼은 나의 기대, 나의 바람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나를 깨우기 위해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깨우다니, 뭘 깨우나.

 “배우자는 나의 거울이다. 세상의 어떤 거울보다 더 가까이서, 더 구석구석, 더 남김없이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내 안의 집착, 내 안의 기질, 내 안의 욕망이 배우자란 ‘거울’을 통해 송두리째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나’를 깨우기 위해 지금의 배우자를 만난 것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왜 그런가.

 “사람들은 ‘나는 왜 이런 부모를 만났을까’ ‘왜 더 부유한 집에 태어나지 못했을까’라고 원망한다. 옛날 인도의 수도승들은 ‘내가 가진 마지막 업을 녹이기 위해 가장 어려운 환경(물질적·정신적 측면을 뜻함)을 지닌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다’고 했다. 원불교 교전에도 ‘영가가 평소 짓던 바에 즐겨하여 애착이 많이 있는 데로 좇아 그 육신을 받게 되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종교적 접근이 아니어도 우린 부모를 빼닮고 있다.”

 -부모는 내게 뭔가.

 “수행의 거울이다. 나와 닮은 부모를 통해 ‘나’를 봐야 한다. 부모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나의 문제점이다. 그걸 해결코자 지금의 부모와 만난 것이다. 동시에 부모의 좋은 점은 나의 좋은 점이 된다. 나를 통해 그게 더욱 크게 드러나면 된다. 그런데 내가 부모의 문제점을 증오하면 어떻게 되겠나. 비슷한 문제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상대를 통해 깨어나고자 하는 강력한 내면의 요청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화해하고 용서하란 말인가.

 “아니다. 용서와 화해는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참아야지’ ‘용서해야지’라며 다섯 번, 열 번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못 간다. 곧 폭발하고 만다. 결국 지금껏 참은 것도 허사가 되고 만다. 열쇠는 용서와 화해가 아니다. 고집스런 배우자를 통해 고집스런 나를 봐야 한다. 참을성 없는 배우자를 통해 참을성 없는 나를 봐야 한다. 상대가 ‘거울’임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면 어찌 되나.

 “달라진다. 이젠 ‘배우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그걸 비우고, 버리고, 바꾸면 된다. 그러고나서 ‘거울’ 앞에 서보라. 더 이상 비치는 것이 없게 된다. 사람들은 그게 신기하다고 한다. 나만 바뀌었는데 상대도 달라졌다고 한다. 왜 그렇겠나. 배우자가 ‘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우자가 ‘거울’이 되면.

 “늘 감사하다. 예전에는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달라지길 바랬다. 그러나 이젠 배우자를 통해 ‘나’를 볼 뿐이다. 배우자를 ‘거울’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말한다. ‘당신은 그대로 있어요. 그래야 내 문제를 풀 수 있으니까’라고 말이다. 얼마나 큰 변화인가.”

 권 교무는 “가장 아픔이 많은 곳이 가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밖에다 얘기를 안 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수 노사연씨의 ‘만남’이란 노랫말을 읊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행복한 부부 캠프’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원불교 오덕훈련원에서 열린다. 02-952-1147.

글=백성호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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