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이번 대선처럼 처참하게 진 건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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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정치한 반세기 동안 (진보세력이) 이번같이 처참하게 진 것은 처음이다. 박정희 정권이 탄압할 때에도 이렇게까진 지지 않았다.”

 김대중(DJ·얼굴)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대한 심경을 처음 드러냈다. 1일 신년 하례객을 맞는 자리에서다. DJ는 지난해 선거 막판까지 범여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분발을 촉구했다.

 DJ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DJ 정부 시절 장·차관 신년회’에서 “두 번 진보세력이 정권을 맡았으니까 이번엔 보수세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국민의 판단이 컸다”면서도 “이번같이 처참하게 진 적이 없으며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동교동을 방문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 등 지도부에겐 “나와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표를 덜 모았다. 위기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에 대한 질책이다. 그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합세했으면 합세했다는 것만으로 힘이 컸을 텐데…”라고 선거 결과에 대해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져 민주주의에 상당한 적신호를 울리게 되는 상황”이라며 4월 총선에서의 범여권 패배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민주개혁 세력이 제대로 반성해 시정의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견제세력으로 키우겠지만 반성과 시정의 기미가 안 보이면 다시 한 번 무서운 채찍을 내릴 우려도 없지 않다”고 관측했다.

 DJ는 또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도 내비쳤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지만 남북 화해정책 안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전쟁하면 공멸한다. 지금 한반도 긴장 얼마나 완화됐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남북관계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년회엔 전날 특별사면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80여 명의 DJ 정부 장·차관이 참석했다.

김정욱·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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