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꽃이 활짝 핀 팔당호 변 세미원의 연밭을 찾은 관람객들이 연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곳 연밭은 물을 맑게 하는 동시에 훌륭한 관광자원이 됐다. [세미원 제공]
양수리의 온실화원인 석창원 내부에는 조상들이 즐겼던 옛 정원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개울가에서는 옛 선비들이 술잔을 물에 띄워 권하고 시를 읊던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도 체험할 수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두물머리는 4년 전만 해도 물가에 철조망이 둘러쳐 있고, 주변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연꽃밭이 조성된 것은 2003년부터다. 봉사단체인 (사)우리문화가꾸기회(대표 서영훈) 회원 몇몇이 환경을 살리면서 개발도 하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천연 정수장’ 기능을 하는 연꽃을 주목했다. 세미원을 운영하는 우리문화가꾸기회 이훈석 상무는 “쓰레기장에서도 꽃을 피우는 정화 능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대규모 연꽃 단지를 만들면 물도 맑게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보탬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3년 동안 아예 두물머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쓰레기도 치우고 오염된 흙을 바꿔가며 연을 심었다. 회원들도 각지에서 달려와 함께 땀을 흘렸다. 지금은 연꽃이 피는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매일 수백 명이 찾아오는 환경 명소가 됐다. 인근 주민들도 음식점과 상가에 손님이 북적이자 신바람이 났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 하자 처음엔 담당 공무원들도 얽히고설킨 규제법에 자신들이 다칠까봐 몸을 사렸다. 실제로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에다 그린벨트, 수변구역, 자연환경보전지구라는 겹겹의 규제에 묶여 있었다. 주민들이 낡은 화장실 하나, 부서진 지붕 하나도 마음놓고 고치지 못했던 곳이다.
하지만 소신껏 이들을 지원한 공무원도 없지 않았다. 양평군 친환경농업과 창현배 계장은 “우리문화가꾸기회의 취지에 감명을 받고 세미원에서 하는 일에 한 번도 ‘노(No)’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상사나 주변으로부터 걱정도 듣고 손가락질도 받았다.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자”=세미원은 인근 지역 독거노인 20여 명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하고, 직원 7명을 모두 이 지역 젊은이로 채용했다.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다.
평일 500명, 주말·휴일 1500명까지만, 그것도 사흘 전까지 인터넷(www.semiwon.or.kr)으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현재는 무료지만 올 4월부터는 입장객들에게 입장료나 주차료를 받는다. 대신 그 금액만큼 지역 농산물이나 ‘지역 상품권’을 나눠줄 계획이다. 관람객들이 이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가게를 찾도록 하고 그 혜택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환경부 전병성 국장은 “2003년 한강 유역 환경청장 때부터 지켜본 결과 일방적인 규제보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세미원의 모델을 다른 곳까지 확대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강찬수·안충기 기자
◆세미원과 석창원=세미원(洗美苑)이란 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즉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글에서 따왔다. 석창원(石菖苑)은 온실화원으로 조상 전통의 정원 모습을 옮겨다 놓은 것으로 맑은 계곡 물 인근에 피는 석창포에서 이름을 땄다. 전체 17만2489㎡ 부지에 10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경기도 예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