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경쟁 … "쇼핑할 맛 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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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2월 중구의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이어 지난 20일 달서구 상인점이 문을 열면서 백화점의 고객 확보전이 다시 불붙었다.

대구.동아 등 지역 백화점은 수성(守城)에, 롯데는 단골 고객을 잡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시민들은 "백화점 문턱이 낮아졌다"며 즐거운 표정인 반면 지역 백화점들은 "경쟁이 도를 넘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쇼핑할 맛이 나요"=지난 20일 개점한 롯데 상인점에는 첫날 하루 10만여명의 고객이 몰렸다. 인파 중 상당수는 새 백화점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실제 구매 고객도 많아 이날 하루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이 당초 예상한 매출액은 28억원이었다.

쇼핑객 이옥희(48)씨는 "봄 정장을 장만하고 사은품으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았다"며 "옷이 마음에 드는 데다 사은품까지 받았으니 일석이조 아니냐"고 말했다.

구매 가격의 10%를 상품권이나 물품으로 되돌려 주는 사은행사에 쇼핑객이 몰리고 있다.

상인점은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개점 축하 사은행사를 열고 있다. 대구.동아백화점도 이에 뒤질세라 같은 기간 똑같은 사은행사를 마련했다.

상인점은 금 다섯돈짜리 '황금 비둘기' 1백개를, 대구백화점은 당첨금 2천만원의 로또 경품행사도 함께 열고 있다.

쇼핑객들은 "식품류의 반짝 세일이 늘어나고, 주차 관리 직원이나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도 이전보다 나아졌다"며 "경쟁 덕분에 쇼핑할 맛이 난다"고 반겼다.

백화점은 죽을 맛=대구백화점 관계자는 "거대 기업인 롯데 측이 무분별한 물량 공세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불평했다. 대구점 개점 이후 사은행사를 잇따라 열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백화점 측은 2002년 3회 24일간이었던 고객 사은행사가 지난해 롯데 대구점 개점 이후 23회 2백49일로 늘었다고 밝혔다. 비용도 45억원에서 2백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는 정상적인 영업이 아니다"며 "우선은 좋겠지만 결국은 고객이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지역 백화점이 먼저 대대적인 사은행사를 열어 우리도 대응할 수밖에 없어 빚어진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과도한 사은행사에 백화점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세 백화점의 판촉팀 관계자들이 접촉하는 등 '휴전'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역경제계는 "백화점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며 "서비스와 상품의 질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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