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의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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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혼란을 거듭하던 한나라당 내분이 수습의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병렬 대표는 13만여 당원의 직선으로 뽑혔고 임기가 남았음에도 퇴진의 결단을 내렸다. 崔대표나 그를 지지하는 측의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물러나지 못한다고 고집했을 경우 당의 난맥상은 극에 달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崔대표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그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건전보수 세력의 붕괴'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충정이 담긴 호소라고 이해한다.

한나라당이 침몰하면 피해는 한나라당만 보지 않는다. 균형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합리적 진보 못지않게 건강하고 열린 보수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정책에서의 바람직한 경쟁이 이뤄진다. 이를 바탕으로 정당 정치도 꽃필 수 있다. 유권자들도 보다 기꺼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표를 던질 곳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한나라당의 지리멸렬에 대해 우려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야 비로소 한나라당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찾았다. 한나라당에는 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의 구성원들은 임시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고 사려 깊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아직도 한나라당에는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대표직 사퇴의 시점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질 조짐이 보이며, 진행 중인 공천 심사 작업에서 계파적 이득을 챙기려는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국민의 공분을 사 마침내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른바 '친최(親崔)'든 '반최(反崔)'든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한나라당은 위기의 원인인 부패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길'에 대해서도 숙고하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확인하고 분명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포퓰리즘과 분명한 선을 긋고 눈앞의 인기가 아닌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책임 역시 한나라당의 몫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