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이 부른 파출소 참변-흥분한 피의자에 흉기내준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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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파출소 안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동거녀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경찰관은 그 살인 피의자를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서울목4동파출소 사건은 파출소의 기본 근무형태.경찰관들의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경찰은 권총을 발사한 林載景(31)순경을 조사한 뒤『공무집행도중 생명의 위협을 느껴 대응한 정당방위』라고 잠정결론을 내렸지만 전체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음이 입증된다.우선 압수품 관리문제를 들 수 있다.
林순경은 흉기인 칼을 피의자 沈載洙(27)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랍 속에 아무렇게나 넣어뒀고 沈씨는 林순경이 자리를 뜨자마자 바로 칼을 꺼내 의자에 앉아있던 동거녀 朴鍾岩(35.여)씨를 마구 찔렀다.
기본복무지침을 무시한채 흥분한 피의자가 보는 앞에서 칼을 서랍에 넣고 잠그지도 않는 허술함과 무신경이 결국 살인극을 부른것이다. 파출소 직원들의 근무체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목4동파출소의 경우 사고 당시 14명의 경찰관.방범대원이 순찰을 돌고 있었지만 파출소 안에는 林순경 혼자 뿐이었다. 사고 직전 순찰감독을 마친 부소장이 돌아왔지만 사고 당시에는 2층에 올라가 있어 전혀 도움이 안됐다.소내 근무자가 한사람만 더 있어 피의자를 감시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초 한명이라도 더 순찰근무에 투입하기 위해파출소내 근무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현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소내 근무자가취객 뒤치다꺼리부터 현행범에 대한 1차조사에 이르기까지 격무에시달리게 됐고 파출소 피습이나 피의자 난동.도주등 만일의 사태에 속수무책이 됐다는 것이다.
『흉악범들을 조사하다보면 신변의 위협마저 느낀다』는게 파출소직원들의 하소연이고 파출소는 그 자체가 현장인데다 총기류도 보관하고 있는 만큼 파출소내 근무자를 무조건 줄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총기를 다루는 경찰관들에 대한 훈련 .교육의 보강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방심과 소홀로 결국 파출소 안에서 2명이나 숨지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민생치안의 핏줄」격인 파출소의 근무체제,경찰관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재검토와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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