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협상 北美 강령대립-미국,공식사과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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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미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보비 홀 사고미군헬기 조종사 송환을 지연하는 것과 관련,미국정부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홀준위 조기송환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對북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홀준위 송환을 두고 북한이 잇따른 다른 요구를 하는데 대한 북한내 정치적.군사적.외교적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있다.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북한이 영공침범과 군사첩보할동을 이유로 미국측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홀준위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북한이 홀준위를 계속 억류할 이유가 없고▲격추 헬기는 통상적인 훈련비행중이었다는 세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정부가 홀준위의 즉각 석방을 원하지만 對북한 사과를 할 의사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홀준위 송환을 지연하는 이유에 대해 對미관계개선론을 펴는 북한 외교부가 제네바합의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군부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북한이 판문점 군사정전위를 통한 타결을 기피하고 미국정부의 공식협상대표 파견과 미국의 첩보활동 인정 및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한국을 협상상대에서 제외하고▲북미관계를 격상하며▲또다른 경제적.외교적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계산 때문으로풀이된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분석에 따라 북한이 홀준위를 송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제네바합의를 이에 연계하기를 자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따라서 북한이 홀준위 경우와 같은「우발적이고 비고의적」인 사소한 사건을 다른 이득을 얻기위한 조건으로 삼고 여러가지 구실과 요구를 하고 있는 데 대해 불쾌하다는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측 요구를 수용, 지난주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의 서한을 통해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며 허바드 副차관보의 평양 파견으로 북한의 외교적 기도를 어느정도 충족시켜 주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美워싱턴포스트紙가 28일자 사설을 통해 북한측이 조속한 홀준위송환을 거부할 경우 對북한관계에 상당히 악영향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실제로는 미국의 불쾌감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반응이다.
결국 미국정부는 지난번 핵문제 협상에서 겪은 북한과의 지루하고 진빠지는 경험을 이번 홀준위로 인해 다시 반복할 조짐이 엿보이자 북한에 대해 조급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서 강한 불쾌감을 비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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