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미운 오리새끼' 허슬 플레이로 화려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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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의 이종욱(27.사진)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를 권유받을 정도로 발이 빨랐지만 6학년 때 시작한 야구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는 그를 한때 버렸다. 영남대 졸업 후 2003년 현대에 입단했지만 약한 방망이 탓에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해 입단한 상무에선 타자로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번트 연습을 했지만 2005년 말 제대한 그를 기다린 건 현대의 방출 통보였다.

다른 구단의 선수 보강이 거의 끝난 상태…. 앞이 캄캄했다. 고등학교 코치 자리를 알아볼 결심을 하고 대학 때부터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난 이제 야구선수가 아니니 그만 만나자'는 이별 통보를 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그를 떠나지 않았고, 다시 야구 할 힘을 얻은 이종욱은 선린인터넷고 동기 손시헌의 추천을 받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2006 시즌, 꿈에 그리던 1군 주전 자리를 꿰찬 이종욱은 쉴 새 없이 달렸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가슴에 멍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 "아팠지만 내가 야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냥 좋았어요." 이종욱은 2006시즌 도루왕(51개)에 올랐다.

그리고 2007년 이종욱은 백조가 되어 날아올랐다. 정규시즌 타율 0.316(7위), 147안타(3위), 84득점(2위), 47도루(2위)에 3루타왕(12개)에 올랐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선 11타수 6안타(0.545) 7득점 3타점 도루 2개로 최우수선수가 됐고,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12월 9일, 7년 동안 늘 곁에 있었던 동갑내기 신부와 화촉을 밝혔다.

이종욱은 "저한테 목표 같은 게 있나요. 최선을 다할 뿐이죠"라며 아직 올해의 영광을 어색해했다.

포스트시즌과 12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땐 홈런포로 팬들을 열광시켰지만 "홈런은 앞으로 절대 나오면 안 된다"며 방망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그의 모델은 전준호(현대)다. "38세에도 치고 달리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는 이종욱은 "은퇴 때까지 항상 허슬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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