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돕는 기업·학교 울산의 미래 밝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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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초등 학생들이 자매결연 업체인 남부발전㈜ 가 만들어준 최신 어학실에서 울산 해경 심순임 경찰관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1. 울산석유화학공단 귀퉁이에 자리잡은 장생포초등학교. 1970년대 2300명이었던 학생이 현재 71명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반경 3km 내에는 사설학원·문방구 한 곳도 없는 도심속 오지학교다.

　한때 폐교까지 검토됐던 이 학교가 올 하반기 들어 울산시내 117개 초등학교 가운데 방과후 수업 최우수학교, 교사능력개발 시범학교로 잇따라 선정되는 등 활기 넘치는 학교로 되살아나고 있다.

　최신 장비가 갖춰진 어학실, 발간된 지 2년이 안된 신간만 5000권이 넘는 도서관, 펜티엄 3.4기가급 컴퓨터 31대를 보유한 컴퓨터실, 생태연못 등 시설도 웬만한 서울지역 사립학교가 부럽지 않는 수준이다.

　울산해양경찰서·남부발전·효성·글로벌마린·금호석유화학 등 학교 주변 5개 기업·관공서가 자매결연을 맺고 교육장비·과외교사·현장학습 지원에다 학교정원까지 가꿔주며 헌신적으로 지역학교 살리기에 나서준 덕분이다.

　한숙자 교장은 “소풍·현장학습 때마다 지역 업체들이 서로 차량지원을 해주겠다고 나서 선택에 고민에 빠질 정도”라고 말했다.

　#2. 울산 온산공단 부근의 삼평초등학교는 전교생이 80명 남짓한 시골학교지만 영어수업 만큼은 도시학교가 부럽지 않다. 원어민 교사 경력 15년의 빅터(53·뉴질랜드 국적) 덕분이다. 빅터는 올 3월부터 매주 수요일 2시간씩 5~6학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 학교와 자매결연한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빅터 외에도 셋째 수요일 20여명의 직원을 보내 삼평초등의 운동장 잡초제거, 책걸상 수리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이 학교 학생들에게 매달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3.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신언중학교는 2년전 자매결연한 삼성SDI 부산공장(삼남면 소재)과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주변 결혼 이민자를 위한 한국어학교를 개설, 학교는 강의실·교재·강사(교사)를 제공하고 삼성SDI는 회사 차량으로 수강생들의 등하교를 돕고 간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화·목요일 2시간씩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두근두근 아이팅 진로탐색 프로그램’이란 진로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장래설계를 돕는가하면 인사팀장을 파견해 꿈을 심어주고 있다. 매년 10~15명의 학생들에게 1인당 56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매월 사내 영화상영때 학생들을 초대하고,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책을 구입해주기도 했다.

　학교는 매년 4월 벚꽃축제를 열어 삼성SDI 임직원을 초대, 달라진 학교 모습을 소개하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김동훈 삼성SDI 부산공장장은 “자매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학생들에게 아들·조카처럼 관심을 가지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학교와 이웃 기업들이 손잡고 서로돕는 1사1교 자매결연이 울산지역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역 217개 초·중·고가 모두 1개 이상의 기업체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기업이 올 한햇동안 내놓은 학교발전기금만 77억원이 넘는다. 지역의 모든 학교가 기업체와 자매결연 맺기는 광역시도 중 울산이 처음이다.

　2년째 이 사업을 추진해온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상공회의소는 26일 오후 3시 동천체육관에서 자매결연한 217개 학교와 170개 기업체 관계자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자매결연식을 가졌다.

　현대중공업·농협중앙회·경남은행·삼성SDI 등 10개 기업은 5개 이상의 학교와 자매결연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합동자매결연식에서 이두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학생들에게 기업의 나눔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교육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기업인들의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김상만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건전한 기업관을 갖도록 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지역기업의 노력에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글=이기원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