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대보증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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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은행에서 연대보증제도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은 태스크포스팀을 내년 1월 공동 구성해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다음달부터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 개인별 보증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다. 개별 저축은행은 2000만원까지만 보증을 설 수 있다. 현재 은행은 건당 1000만원까지만 보증을 설 수 있지만, 저축은행은 연대보증 금액 제한이 없다.

금융감독원 김대평 부원장은 26일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주고객인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연대보증이 크게 늘고 있다”며 “보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증총액한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한도액이 줄어들면 보증 한 번 잘못 서서 패가망신하는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선안에 따르면 한 사람이 개별 저축은행에서 보증할 수 있는 금액은 최고 2000만원,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서는 최고 1억원으로 제한된다. 만약 보증인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았거나 현금서비스를 사용 중이라면 이를 뺀 나머지 범위에서만 보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최대보증한도가 1억원인 A씨가 은행과 캐피털 회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모두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고 한 은행에서는 2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면 A씨가 다른 사람을 위해 보증해 줄 수 있는 한도는 6800만원이 된다는 얘기다. 또 A씨의 보증 여력이 남아돈다 해도 특정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B씨를 위해 보증해 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000만원을 넘어설 수 없다.

김 부원장은 “저축은행들이 정밀한 신용평가보다 대출 회수가 손쉬운 연대보증에 의존해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보증한도제 도입으로 보증인의 피해를 막는 동시에 저축은행의 개인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현재 저축은행의 연대보증 금액은 8687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가계신용대출(2조6162억원)의 3분의 1(33.2%)을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9월의 6637억원보다 30.9% 늘어난 것이다. 보증인 수도 같은 기간 5만8000명에서 8만2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의 1인당 평균 보증금액은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평균 보증금액보다 두 배 많게 한도를 정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연대보증인제도=금융회사가 신용대출을 해 줄 때 제3자를 보증인으로 세우는 것. 대부분 친지나 직장 동료가 대상이며 보증인이 채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경제적 연좌제’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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