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 책] 나를 통제할 줄 알아야 열정도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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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휠체어를 찾고 말겠어
고정욱 지음, 장선환 그림, 을파소, 135쪽
9000원, 초등 3년 이상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민정 글, 이형진 그림, 주니어랜덤, 92쪽
8500원, 초등 3년 이상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힘 또는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은 그의 의지다. 재능이나 이해력 혹은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곧 의지가 없거나 굳지 못하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동화책 두 권은 그런 실천력과 의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를 담았다.

『휠체어를…』은 2002년 한국 월드컵대회를 널리 알리기 위해 1998년 유럽 5개국을 휠체어로 횡단한 박대운 아저씨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 6세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대운 어린이는 비록 기어다니면서도 아이들과 술래잡기<2006>·<2006>축구<2006>·<2006>야구를 하며 씩씩하게 생활한다. ‘다리가 없으면 손으로 하고, 손이 없으면 몸통으로 하면 되는 거지, 뭐’하며 강하게 자라는 대운이를 보고 동네 자전거포 아저씨가 바퀴의자(휠체어)를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야구 구경을 갔다가 그만 휠체어를 잃어버린다. 입장료가 없어 야구장 근처 옥상에 올라가 보느라 휠체어를 놓고 갔다 와보니 없어진 것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무릅쓰고 엄마가 힘들게 마련해준 대운이의 ‘발’을. 대운이와 친구들은 벽보를 붙이고 고물상을 뒤지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방송국에 가서 주변의 냉대를 이겨내고 라디오에 출연해 휠체어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는데….

지금 체육인이자 방송인으로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박대운씨는 어린 시절부터 어떤 순간에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게임중독에서…』는 열정이나 실천력이 아니라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의지를 다뤘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는 의지를 소재로 했지만 정확하게는 자제력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주인공 동욱은 찬규, 준서와 단짝 친구여서 ‘삼총사’로 불린다. 이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의 열성 축구 멤버로 맺어진 사이인데 찬규가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서 조금씩 틀어진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준서는 스포츠 기자로 희망을 바꾸면서 스포츠 관련 책을 읽고 신문 스크랩도 하면서 차근차근 앞날에 대비한다. 공부에 피아노·수영까지 배워야 하는 동욱은 무엇 하나 잘할 자신이 없고 장차 자기가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반면 찬규는 엄마·아빠가 너무 바빠 얼굴 볼 틈도 없고 고등학생인 형도 자기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심심하고 외롭다. 결국 컴퓨터 게임만이 찬규의 친구가 되어 점점 깊이 빠져든다. 축구에도 빠지고, 거짓말을 하며 PC방에 가고, 엄마가 세금 낼 돈에 손대고, 동네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뺏기에 이른다.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지만 방에 틀어박혀 밤새 게임하느라 학교 수업도 소홀하게 된 친구 찬규를 보며 동욱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다가 새 학년이 된 동욱은 찬규를 돕기 위해 컴퓨터를 잘 아는 담임선생님에게 e-메일을 보내 상담하는데….

어린이는 누구라도 한 번쯤 빠질 수 있는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무언가에 푹 빠져들 수 있다는 건 열정이 있다는 거야. 그만큼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의지는 꼭 필요해”란 교훈을 설득력 있게 일러준다.

두 이야기 모두 만나기 쉽지 않은 주변의 도움으로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이 현실과 약간 거리가 있어 아쉽긴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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