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반 렌들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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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체코출신인 코트의 「고독한 황태자」이반 렌들(34.미국)이 은퇴를 선언했다.
80년대말까지 세계남자테니스계의 마지막 절대군주로 군림했던 렌들은 젊은 후배들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재기를 노려왔으나허리통증을 극복하지 못한채 쓸쓸히 코트를 떠나갔다.
94미국오픈(9월)이후 코트를 떠났던 렌들이 21일 AP통신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조용히 은퇴를 선언했다.
『나,이반 렌들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달 화려하게 코트인생을 마감했던 역시 체코출신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38.미국)에 비하면 무려 2백70주동안 세계랭킹 1위를 유지,최장수 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너무나 초라한 은퇴다. 렌들은 폭발적인 포핸드 스트로크와 불같은 투지로 80년대 초반 지미 코너스와 존 매켄로(이상 미국)가 양분하던 세계남자테니스계를 완전히 석권했다.체코의 오스트라바에서 태어난 렌들은 18세가 되던 78년 프로에 데뷔해 3년만에 세계 톱 10에 진입했으며,85년 매켄로를 제치고 랭킹 1위에 오른뒤 89년까지 랭킹 1위를 고수했다.또 89년이후 잦은 부상으로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한 93년 중반까지 톱10에서 단 한번도 밀려나지 않은 불멸의 대기록을 갖고 있다.
렌들은 84년 프랑스오픈 매켄로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끝에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첫 그랜드슬램타이틀을 거머쥔뒤 85년부터 미국오픈을 3연패하는등 8번이나 그랜드슬램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상금만도 무려 2천24만8천5백달러(약 1백62억원)로 역대 최고.
그의 은퇴는 쓸쓸했지만 그의 삶은 풍요로웠다.
그의 아버지 지리 렌들은 체코에서 명성높은 변호사였으며 어머니 올가는 국내챔피언까지 지낸바 있는 테니스선수로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84년 미국으로 이주한뒤 92년 미국시민권을 얻은 렌들은 91년 뒤늦게 결혼한 부인 사만타와 쌍둥이를 포함,딸 넷을 얻는행복을 맛보며 코네티컷州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골프.하키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스포츠맨이기도한 그는 체코 유명 아티스트들의 미술품소장,독일산 셰퍼드사육등으로도 유명하다. 코트를 떠난 렌들은 이제 피트니스센터와 스포츠사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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