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장관과 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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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무원은 공복(公僕)으로 불린다.국민의 심부름꾼이다.
「심부름」의 대가가 후할 리 없다.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직업관료는 관료가「직업」이다.봉사에 상응하는「현실적 대가」가 항상 문제가 된다.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각료급 고관의 경우에도 국가적 봉사와 금전적 보수간에 갈등이 그치지 않는다.
미국(美國)의 각료 연봉은 14만8천달러다.이들이 민간기업에갈 경우 최소한 3~4배는 받는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루빈은 월街의 증권회사 골드맨 삭스회장때 연봉이 2천6백50만달러였다.국가경제회의 의장으로 발탁된 이후 백 악관 근처 호텔의 한 스위트에서 줄곧 묵고 있다.
부인이 뉴욕을 떠나기 싫어해「주말 남편」신세다.
각료 연봉은 호텔 숙박료 정도다.
미국에선 정부에 들어와 일할 때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정부바깥으로 나가면「정부경력」자체가 프리미엄이 돼 그동안의 손실을 일거에 만회한다.국가에 대한 봉사이자「투자」다.「관」(官)과「민」(民)을 들락거리며 로비를 일삼는「회전문 」의 부작용도 따른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자랑하는 싱가포르가 고위관리들의봉급을 파격적으로 올려 세계의 관가(官街)를 놀라게했다.총리의연봉은 79만7천달러로 미국대통령의 근 4배,많다는 일본(日本)총리의 배를 넘는다.각료급은 53만5천달러로 미국의 3.6배,일본의 배다.
액수보다 그 산정(算定)공식이 더 놀랍다.금융.회계.엔지니어링.법률.제조업.다국적기업등 6개 민간분야에서 가장 보수가 높은 4개 부문 중역 급료의 평균치를 각료 급료로 정했다.
민간부문의 경영자에게 손색없는 대우를 해 공직봉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다 「국가적으로 부패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는 현실적 계산이 바닥에 깔려 있다.
각료는 국가의 동량(棟梁)이다.한번 쓰고 버리는 1회성 소모품이 아니다.우리의 경우 그만두면 갈 곳이 없고 이들을 사장(死藏)시키는 사회분위기다.권력의 비호를 떠나 스스로 설 역량이없고 그만큼「재목」이 안되는 각료가 많았음을 반 증한다.
「월급은 적은데 현실적으로 잘사는」관료가 아니라 정부에서「날개」를 달아 더욱 무르익은 역량을 사회 각 분야에서 발휘할 수있는 국가적 인재가 절실하다.정치도,관직도 어떤「보상」이나「생업」의 수단으로 삼는 데서 모든 비리와 부패는 싹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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