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도 세대 교체 … 수익률 톱 10 전부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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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일년(權不一年)’. 펀드 시장의 권세는 1년을 가지 못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가 1년 새 모두 물갈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연초 이후(21일 현재)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64.03%)이었다. 이어 ‘삼성배당주장기주식종류형1-C’(58.63%),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58.61%),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58.09%), ‘한국네비게이터주식1classA’(54.26) 순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상황은 전혀 달랐다. 2006년 수익률 ‘톱 10’ 펀드는 올해 수익률 상위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17.52%), ‘유리스몰뷰티주식’(11.89%), ‘마이다스블루칩배당1A1’(11.68%)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성적이 시원치 않았다. 지난해 1등을 차지한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은 올해 28.6%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쳐 1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중간에도 못 미쳤다. 수익률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2.11%)을 밑도는 성적이다. 지난해 차석 자리에 오른 ‘유리스몰뷰티주식’은 더 초라하다. 26.74% 수익에 그쳤다.

 거꾸로 올해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합류한 펀드들의 지난해 성적은 별로였다. 일등 자리를 꿰찬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은 지난해 4.65%의 수익을 올려 중상위권에 그쳤다. 올해 수익률 8등과 9등을 차지한 ‘Tops Value주식C’와 ‘Tops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1’을 빼면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대부분은 지난해 수익률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해 열등생이 올해 우등생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펀드 학교’의 성적이 1년 새 완전히 뒤집히는 것은 시장의 성격이 매년 바뀌기 때문이다. 시장이 성장주 중심으로 오르느냐 가치주냐, 대형주 위주 장세냐 중소형주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올 초만 해도 수익률 선두권을 놓치지 않았던 중소형주·가치주 펀드들은 연말이 다가오자 1년 수익률 상위 리스트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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