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기택 和.戰 두기류-민주당 앞날이 걸린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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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주류는 양대계파가 기둥이다.동교동계와 이기택(李基澤)계다.이들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합작으로 이기택대표체제를 출범시켰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지금 양자 사이에는 두가지 기류가 혼재해 있다.
하나는 전(戰)의 기류다.갈등이 간단치 않은 것이다.둘 사이의 틈은 민주당의 12.12 장외투쟁때 표면화되기 시작했다.李대표의 독주와 동교동의 견제가 원인이 됐다.
반목은 좀체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18일「亞太평화재단 후원의밤」에서도 드러났다.여기서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과 李대표는 냉랭했다.오랜만의 만남임에도 의례적 악수만 교환했다.
양측의 불신은 깊다.당내 최대세력인 동교동계는 李대표가 당의주인이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이를 지나친 욕심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李대표는 더 이상 수렴청정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자신의 장래를 개척하려면 金이사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 것같다. 이같은 갈등구조는 풀기 어려워 보인다.우선 대주주가 지분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
李대표가 계속 현 위치에 만족해할 것 같지도 않다.그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도『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화(和)의 기류다.양자의 결별은 분당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둘을 묶고 있는 셈이다.새선거법도 운신을 제약하고 있다.전국구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李대표 계보에는 李대표를 비롯,전국구의원이 9~10여명에 이른다.
화해기류는 최근 조기전당대회 연기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동교동이 연기를 적극 추진하고 李대표측이 동조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준으로 까지 진전됐다.
李대표는 20일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을 통해 최근 주간지인터뷰에서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한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였다.『조기전당대회와 단일지도체제는 원칙적으로 대의원들의 의견이 그렇다는 뜻일뿐』이라며『당원과 지도부의 의견을 조정해 결정 할 문제』라고 한발 후퇴했다.
그러나 和는 戰보다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향후 黨운영에관한 구체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지도체제와 지방선거 공천권 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양측이 전당대회 연기에 합의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민자당 전당대회와 비주류의 반발이 대의원들을 동요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和.戰의 양기류는 조만간 정리될 전망이다.이 결론에 따라 당권의 향배와 민주당의 앞날이 좌우될 것이다.그리고 이 결정이 어떤 수순으로 내려질 지도 분명하다.결국 金이사장과 李대표의 담판에서 모든 결론이 날 것이다.비주류의 도전은 그 다음 문제다.
현재 면담의 성사에 보다 적극적인 측은 李대표다.李대표는 金이사장에게 최근 세차례의 면담요청을 보냈다.12.12투쟁과정에한번,그 이후에 두번이었다.
그러나 金이사장은『국회끝나고 보자』고만 했다.면담이 언제 이뤄질지 관심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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