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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사실상 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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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2일 화재 당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앞 모습. 빨라야 2008년 11월에야 공연을 올릴 전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2008년 사실상 ‘휴업’한다. 12일 발생한 무대 화재 사건이 마침내 ‘10개월간 공연 전면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귀결된 것이다.

예술의전당 신현택 사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피해에 대해 부분 복구만 할 경우 안전을 책임질 수 없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 복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9년으로 예상하고 있던 리노베이션 작업을 이 참에 앞당겨 실시키로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정됐던 9개 단체의 19개 공연은 모두 못 올리게 됐다(표참조). 개관 20주년을 맞아 뜻 깊은 무대를 마련코자 했던 예술의전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10개월 복구에 180억원 들어=12일 화재 사건의 피해는 예상보다 컸다. 오페라극장 무대 시설의 상부 기계는 대부분 불타 손실이 심했고, 하부 기계 역시 소방작업에 의해 물이 차 들어가 기능상 문제를 일으키게 됐다. 조명·음향·배관선로 등 기술적 파트는 물론, 철골과 벽체 등 외부 구조물도 일부 손상됐다. 현재 예상 피해액은 136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떻게 사태를 수습할 것인가에 대해 예술의전당측은 부분 복구(3개월 소요)와 완전 복구(10개월 소요)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부분 복구를 할 경우 빨리 공연을 올릴 순 있으나 무대 하부 기계를 쓰지 못하는 등 무대 운영이 50%로 제한된다. 현재로서 완전 복구에 드는 비용은 18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보험금·예비비·후원금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법정 소송 가나=내년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외부 단체와의 피해 보상 협상도 난항을 빚을 전망이다. 예술의전당측은 “2009년 대관 신청시 최우선으로 배정하는 것은 물론, 다른 공연장을 주선하도록 하겠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보상 액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장 내년 1, 2월 공연을 앞둔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퀵 체인지 ‘브라게티쇼’와 뮤지컬 ‘위 윌 락 유’의 경우,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이라 이미 외국 업체에 공연 선급금을 지불했으며, 물류 비용·해외 기술팀 답사 비용·마케팅 비용 등을 쓴 상태. ‘위 윌 락 유’의 국내 제작사인 ‘이룸이엔티’측은 “무엇보다 공연 취소로 인한 해외에서의 신용도 추락이 크다 ”고 말했다. 이미 변호사까지 선임해 놓고 피해액에 대한 구체적 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술의전당측은 “보상할 것은 하지만, 보상할 수 없는 건 하지 못한다. 이미 고문변호사를 선임해 놓은 상태”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강하게 취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법정 다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책임론 불거질 듯=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화재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해 질 전망이다. 예술의전당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증빙 서류로만 확인하는 방염 처리 여부를 실제 실험으로 확인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즉 화재 확산의 주 요인으로 꼽혀온 방염 처리가 단순히 서류작업만 했을 뿐,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화재 당시 ‘라보엠’ 공연을 올린 국립오페라단측 관계자는 “아무리 방염 처리를 해도 불이 크게 확산되면 막을 수 없지 않은가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꾸 방염 문제를 거론하는 건 초기 화재 진압에 늦게 대처한 예술의전당측이 화재의 원인을 다른쪽으로 몰고 가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공연장에서 불이 나 이토록 사태가 커졌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질 수는 없지 않은가. 새 정권이 들어서면 이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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