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거구제 사실상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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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그야말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총선을 56일 앞두고 이미 합의했던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4당 합의로 도입하기로 했던 여성광역선거구제는 불과 사흘 만에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특위는 19일 간사회의를 열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의원수를 2백99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합의는 지역구.비례대표를 현행 2백73석으로 유지하고 여성광역선거구 26석을 17, 18대 국회에만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었다.

전날 선거구획정위가 "특위에서 합의한 인구 상.하한선(10만5천~31만5천명)으로는 지역구를 현행 2백27개로 맞추기 힘들다"고 밝힌 것이 싸움에 불을 지폈다. 열린우리당은 즉시 "10만5천명이 넘는 지역구를 통폐합해서라도 2백27석에 가깝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은 "의석수가 늘더라도 인구 하한선을 넘는 지역구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여성광역선거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위헌 논란과 졸속 입법이라는 여론의 비판 속에 별다른 논의조차 없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여성단체 관계자들도 이날 특위를 방문해 "여성광역선거구 도입보다 전체 의석을 2백99석으로 늘려서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특위 간사들은 이 핑계로 '2백99석' 논의를 시작했지만 늘어난 의석을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각각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위는 이날로 활동시한이 끝났다. 지난해 6월 말과 12월 말, 지난 9일에 이어 네번째다. 쟁점 처리를 위해선 또 한차례의 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

한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여성광역선거구보다 비례대표에 여성 할당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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