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건지면 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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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은 과연 먼저 '찜'한 사람이 무조건 임자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다 해도 원래 보물 주인은 있게 마련. 이들이 손 놓고 있을 리 없으니 보물을 발굴, 인양한다 해도 그 소유권을 놓고 국가 대 국가, 정부 대 개인 간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먼저 침몰선이 군함인가 민간선박인가에 따라, 또 그 내용물이 금괴냐 문화재냐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 침몰선이 군함이라면 해당 국가가 공식적으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 백년이 지나도 그 나라의 것이다. 다른 나라 영해에 있더라도 말이다. 이와 관련해선 2년 전 미국에서 명확한 판결이 나왔다. 한 미국 기업이 미 영해에서 인양한 18세기 스페인 무역선의 소유권을 두고 스페인과 분쟁이 있었으나 미 연방최고재판소에서 스페인의 손을 들어줬다.

동해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게 대부분 국제법 학자들의 의견. 경희대 김찬규(국제법) 명예교수는 "러일전쟁 당시 돈스코이호의 주인이었던 제정러시아를 계승한 것이 지금의 러시아공화국이므로 그쪽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면 국제관례상 모두 넘겨줘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를 발굴하려는 한 국내 기업체의 주가가 폭등했던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다만 발굴.인양에 든 비용 정도는 수고비조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돈스코이호 인양 작업을 맡고 있는 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수중 침몰선의 소유권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국제법 규정이 없는 상태"라는 것. "따라서 이해 당사국 간의 적절한 협의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우리 영해에 침몰한 일본군함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의 소유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패망 후 한반도에 남아 있던 모든 일제 재산은 대한민국 국고로 귀속됐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65년 한.일협정 당시에도 양국간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동굴 속에 숨겨져 있는 보물 역시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상 우리 정부 소유라는 게 학자들의 해석이다.

따라서 발굴을 원하는 이는 우선 추정 보물 총액의 10%를 해양수산부에 발굴 보증금 조로 낸 뒤 실제로 발굴에 성공하면 그 80%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문화재가 아닌 금괴.다이아몬드 등을 발견했을 경우다. 고려청자 등을 인양했다면 관할 경찰서나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는 감정가로 보상받게 된다. 그러나 감정가라는 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양연구원 정갑식 박사는 "3년 전 유네스코에서 해저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체결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침몰선의 무분별한 발굴을 지양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조속히 전담기구와 관련법을 만들어 해저유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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