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잡겠다더니 꼴찌 … 사바티니 “골프 안 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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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꼴찌 하는 것보다 그냥 집에 가는 게 낫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최한 PGA투어 비공식대회인 타깃 월드 챌린지에서 로리 사바티니(남아공)의 기행이 화제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에서 벌어진 이 대회는 총상금 575만 달러를 놓고 초청선수 16명이 실력을 겨뤘다.

세계 랭킹 11위인 사바티니는 16일(한국시간) 3라운드가 끝난 뒤 그냥 집으로 가 버렸다. 마치 ‘필드의 반항아’ 존 댈리를 연상케 한다. 3라운드까지 그의 성적은 10오버파 꼴찌로 18언더파 선두였던 우즈보다 무려 28타가 뒤졌다.

 사바티니는 성격이 급하고 경쟁심이 매우 강한 선수다. 2005년엔 동반자인 벤 크레인이 너무 느리게 플레이하자 크레인이 아직 퍼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다음 홀로 가서 티샷을 했다. 올해 와코비아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우즈와 챔피언 조에 편성되자 “요즘 우즈가 공 치는 걸 보면 충분히 잡을 만하다”며 “나는 이런 타이거가 좋다”고 말해 우즈를 격분시켰다.

 어깨를 떡 펴고 근육질의 두 팔을 늘어뜨린 채 턱을 치켜든 사바티니를 보고 리치 빔(미국)은 “수탉”이라고 불렀다. 수탉으로선 ‘충분히 잡을 만한’ 우즈에게 28타나 뒤진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바티니가 집으로 간 사건이 알려진 17일 선수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대회를 망쳐놨다”면서 “꼴찌 상금 17만 달러는 자선 재단에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최종일에도 4언더파를 추가, 합계 22언더파로 잭 존슨(미국·15언더파)을 7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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