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차기 정권 총리직 맡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차기 정권에서 총리직을 맡겠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2기를 연임한 푸틴 대통령은 헌법상의 3기 연임 금지조항으로 내년 5월 물러난다.

그는 이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 대선에서 나의 후임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총리를 맡을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개헌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직을 맡겠다는 뜻이다. 현재 러시아의 권력체계상 총리는 대통령보다 권한이 훨씬 약하다.

푸틴 대통령의 총리직 수락 선언은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확고히 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 정치권에선 권위주의가 강한 러시아 전통상 대통령을 지낸 푸틴이 총리직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푸틴이 총리로 남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예상도 끊이지 않았다.

통합러시아당은 이날 전당대회를 열어 메드베데프를 여당의 공식 후보로 추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10일 메드베데프 부총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후계자 지명 이튿날 TV회견에서 푸틴에게 차기 정권의 총리가 돼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푸틴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조국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푸틴은 10월 초 열린 통합러시아당 당대회에서도 당원들이 향후 총리로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하자 "내가 총리 자격으로 러시아 정부를 이끄는 것은 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