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30억 공갈범 신고했다" 정동영 "거짓말 후보 사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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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17대 대선 최후의 변수가 등장했다. 이른바 '이명박 후보 BBK 동영상'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16일 공개한 이 동영상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했던 강연을 녹화한 것이다. 여기엔 이 후보가 자신이 BBK를 설립했음을 시사하고, BBK의 영업실적을 홍보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어 반(反)이명박 진영이 일제히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열린 제3차 후보 TV토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가 스스로 거짓말쟁이임을 드러냈다. 이 후보가 광운대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씀한 게 사실이라면 이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온갖 탈법.불법을 일삼은 후보가 어떻게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느냐. 이명박 후보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권영길 민주노동당.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이명박 후보에게 집중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문제의 동영상은 '30억원을 내라'는 공갈범의 전화를 받았지만 즉각 신고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는데 드디어 투표 3일 전 새로운 공작이 나오는 것 같다. 대통령이 공정히 중립을 지켜 달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 후보가 동영상에서 BBK의 설립 주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며 "강연 내용은 이 후보와 LKe뱅크를 동업 중이던 (BBK의 소유주)김경준씨를 치켜세워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후보 진영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벌어진 이번 동영상 논란이 대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 CD는 강연 당시 녹화물을 보관하던 인터넷 서버관리업체 한국이미디어 대표 여모씨 등 세 명이 제작했다. 이들은 15일 한나라당 측에 "이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담긴 CD가 있으니 30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당 측이 여씨 업체로부터 CD를 입수해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협박범들이 금품을 노리고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을 거쳐 한나라당에 접근했지만 여의치 않자 CD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 등 배후 세력의 개입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17일 여씨 등 세 명에 대해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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