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가는행정혁명>3.官우월의식 버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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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은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던 시대의 정부 역할이 더 이상 필요하지도 또 가능하지도 않다는인식을바탕으로 규제와 통제,지시 중심이던 정부기능을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 고 있다.
이같은 목표 설정은 한국사회가 이미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이를 정도로 성장해 정부가 국민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상황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정부는 많은 기능을 민간과 지방에 이양하고 민간사회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여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세계적인 추세 등 주변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평가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정부의 조직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의식과 자세등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않으면 안된다.공직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은하나 둘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관(官)이 민(民)을 지배한다」는 의식을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는 오랜 봉건.일제.군사통치의 잔재가 강하게 남아있다.공직자들은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권력자의 지시는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일사불란하게 실행에 옮겨져야 하는 공직사회의 풍토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같은 풍토는 공무원들 사이에 국민들을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자세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어떤 계획과 구도에 따라 움직여질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단계를 벗어나 있다.또 행정을 뭔가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들이 받는 봉급이나 정부운영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인식의 결여등공직의 윤리가 땅에 떨어져 있다.
세도(稅盜)등 자리를 이용한 온갖 비리가 판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윤리부재 탓이다.
그러면 공직사회의 일방통행식 사고와 경직성,우월주의라는 말로표현되는「官에 의한 民의 지배」와 공직의 윤리를 확립하는 길은무엇인가.
백완기(白完基)교수(고려대 행정학과)는 『행정을 법의 집행이나 명령의 시달로 보기보다 의사가 환자를 보듯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사가 환자를 만나듯 공직자들이 국민들을 만나 「상황에 맞는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들이 그런 자세를 갖추기 위해선 법규에만 얽매이는 관료주의적 경직성과 윗사람의 말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지나친 「윗사람 지향성」을 하루빨리 타파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이는 정부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미 밝히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런 것들이 공무원들의 의식에 까지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웅(金光雄)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인사제도를 능력위주의 인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현장의 문제」를 찾아다니는 자발성을필수적으로갖춰야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또 『능력위주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안정된직장,승진에 따른 권한의 증대등 기존의 공직사회 장점이란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예산개혁을 통해 공무원들의 봉급을 늘리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부 조직개편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조직개편을주도하는 정치인들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공직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갖춰야한다며 이번 조직개편의 절차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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