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푸틴 '깜짝쇼'는 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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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군사 강국 러시아의 자존심에 또 한번 금이 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참관하며 요란을 떨었던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해저 발사실험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날 실험은 육.해.공군이 20여년 만에 합동으로 하는 모의 핵전쟁 훈련이었지만 그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다른 핵잠수함에 탑승해 인근 바렌츠해 바다 속에서 훈련을 참관한 것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유세를 넘어 '군사력'을 내외에 과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은 거꾸로 사고의 쓰라린 목격자가 되고 말았다.

17일 오전 10시쯤 1만8천t급 핵잠수함 노보모스코프스크호는 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PCM-54 2기를 7분 간격으로 발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그러나 첫 미사일은 발사대를 떠나지도 못했다. 두번째 미사일 발사도 중단됐다.

'이즈베스티야'는 북해함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발사 준비단계에서 미사일 통제 시스템에 결함이 발견돼 발사가 중지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의 발표도 엇갈렸다. 북해함대 공보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예정대로 발사됐다"고 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해군 함대 총사령관은 "당초 가상 미사일 발사만 예정돼 있었을 뿐 실제 발사 계획은 없었다"고 다른 말을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미사일 발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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