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 조디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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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4면

‘조디악’은 미해결로 남은 실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조디악’을 뒤쫓는 사람들과 주변인의 이야기다. ‘세븐’ ‘파이트 클럽’ ‘패닉 룸’ 등 전작에서 보여줬듯 범죄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게 ‘조디악 사건’은 둘도 없는 소재였다.

핀처는 자기 영화를 포함한 근래의 범죄 스릴러가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디악’을 만들었다. ‘대통령의 음모’ 같은 1970년대 영화와 유사한 ‘조디악’의 스타일은 그 시대를 기억하고 사유하려는 태도와 관련돼 있다.

‘조디악’은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과 의문이 두드러진 시기인 60년대 말에 시작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의 문명이 현대인의 생활로 침투하기 직전인 90년대 초반 무렵 끝난다. 첨단장비를 통한 과학수사는커녕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도 꿈꾸지 못하는 영화의 주인공들-형사·기자·시사만화가는 손으로 기록하고 발로 뛰며 사건을 파헤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폐해지는 그들의 육체와 영혼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크리스마스와 미국 독립기념일, 그리고 호숫가의 휴식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벌어진 연쇄살인은 순수하고 인간미가 넘치던 시대를 끝장낸 우울한 상황을 상징하며, 20여 년을 관통하는 사건의 연대기는 아날로그 시대가 종말을 맞는 과정을 해부한다.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과 디지털카메라가 포착한 영상 또한 인상적이다. 2007년의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한 편이지만 극장에서 초라한 관객과 만난 ‘조디악’을 DVD마저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최상급이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감독판 DVD의 출시가 예고된 탓에, 이번에 나온 일반판 DVD는 부록으로 메이킹 필름(27분)만 제공한다. 실제 인물들이 등장해 뒷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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