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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로 세상의 가치를 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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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수천(60)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내년 1월 22일∼2월 23일 미국 뉴욕 첼시 지역의 비영리 전시공간 ‘화이트박스’ 에서 초대전을 한다. 주제는 ‘바코드로 읽다’. 서울 석관동 예술종합학교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가치, 자신의 삶과 환경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작업”이라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작업실 뿐 아니라 학교 체육관에도 전시에 나갈 작품 10여 점이 설치돼 있었다.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바코드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 작업실 중앙에는 바코드 위에 지구본이 올라가 있는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 지구본에는 장난감, 전자기기, 인형 등이 어린집 놀이기구처럼 붙어있다. 미국의 위치에는 탱크, 권총 등 전쟁을 상징하는 장난감이 붙어있고 한국과 일본의 자리에는 전자기기의 단추가 달려있다. 바닥의 바코드는 지구의 가치는 얼마인가, 과연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학교 체육관에는 아예 바코드로 커다란 바닥을 깔고 방석을 하나 놓았다. 화이트박스의 전시장 바닥을 완전히 채울 작품이다. “관객이 그 위로 걸어다니기도 하고 방석에 앉아 명상에 잠겨볼 수 있는 설치지요.” 그가 바코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전이라고 한다.

“동전 몇 개가 모자라서 물건을 사지 못한 일이 있어요. 바코드가 찍힌 상품이라 값을 깎을 수도 없었지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바코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지요. 바코드는 형태적으로는 단순한 줄이지만 상품의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로 우리 생활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작가 중 한사람이다. 2005년엔 미국 대륙을 스케치북으로 삼고 기차를 붓으로 삼은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를 펼쳤다. 특별열차를 흰 천으로 덮은 뒤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LA까지 5500㎞를 횡단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미국내 홍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약속한 기업의 지원금도 줄어 빚만 3억원 지게 됐다. 그래도 그는 말한다. “의미있는 작업이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지요”. 이번 전시에 대해선 “미국 뉴욕 미술계에 본격 진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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