盜稅은폐과장이 총지휘-부천 소사구 세금대장위조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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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천시 소사구청 세무과 직원들의 가짜세금영수증 폐기및 세금수납대장변조사건은 동료직원의 세금횡령비리가 드러날 경우 문책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과장까지 합세,조직적으로 범행은폐를 기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부천시 직원들이 정부공용양식이 아닌 사제(私製)세금수납대장을 멋대로 만들어 무려 6년동안이나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난데다,새로 밝혀진 소사구청 직원들의 이같은 범행은폐기도가 인천시북구청사건의 여파로 감사원 특감이 실시된 직후 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리가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부천시 세금횡령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소사구청의 영수증 폐기와 수납부변조에 동원된 세무과 공무원은세무과장 유재명(柳在明.47)씨등 모두 8명.이들중 구속된 세무과장 柳씨는 감사원특감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직원들을모아놓고『어차피 밝혀질 일이니 비리를 저질렀다 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수하라』며 처음엔 자수를 호소했다.
그러나 막상 부하직원 임동규(林東圭.37.수배)씨가 『50여건의 세금을 횡령했다』고「고해성사」를 하자 마음이 달라졌다.
또 林씨는 물론 세무1계장 조용석(趙鏞石)씨도『잘만 준비하면감사에 안걸릴 수도 있다』며 수납대장을 위조할 것을 제안하자 林씨가 위조한 영수증 내용을 수납대장에서 빼고 수납원부를 새로쓰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우선 1억여원의 세금횡령 혐의로 수배중인 林씨의 세금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동안 林씨가 횡령한 뒤 끼워놓은 1백20여건의 가짜 등록세 영수증을 영수증철에서 빼내 없애버렸다. 그 다음 등록세 수납부를 새로 작성하면서 그동안 진짜 수납부에 수납된 것처럼 적어놓았던 횡령부분은 누락시키고 새로 일련번호를 부여해 횡령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새로 만든 가짜 등록세 수납부에는 일부러 여러 곳에 위.아래 내용을 중복되게 적어놓고 밑의 내용을 사선으로 지운뒤 담당자 도장까지 찍는 등의 수법을 통해 마치 담당자가 수납부 정리를 정확히 해 온 것처럼 꾸며■놓 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감사원 특감에서 林씨의 비리는 들통이 났지만 수납대장 위조사실은 적발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들의 수법은 감쪽같았다.
그러나 이같은 비리는 엉뚱하게도 소사구가 보관했던 영수증 45만장 폐기혐의를 수사하던 담당검사 눈에 포착됐다.
경기도 공용양식을 무시하고 수납대장을 임의로 만들어 썼다는 보도(中央日報 11월29일字 단독보도)가 나온뒤 수납대장을 꼼꼼히 살펴보던 담당검사는 수납원부에 똑같은 실수를 여러번 저질러 빨간색 사인펜으로 지우고 다시 쓴 것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끝에『수납대장을 위조했다』는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결국 柳과장은 물론 수납원부를 위조하는데 참여한 林씨의 조카김대희(金大熙)씨등 모두 4명이 구속되는 바람에 소사구세무과는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큰 타격을 입게된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는 소사구를 비롯한 부천시산하 원미.오정구등 3개구에서 지난 88년부터 등록세수납대장을 정부가 지정한 공용양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제작한 양식을 사용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구청세무과는 경기도 도세부과징수규칙에 지정된 양식「등록세수납사항처리부」와「취득세수납사항처리부」를 따로 사용해 세금징수와 납부내용을 일일이 대조할 수 있게 하지않고 업무편의를 구실로「등록세수납부및 취득세 자료정리부」란 양식을 멋대로 만들어사용해오면서 과장결재란도 없애고 징수와 납부를 대조할 수 없도록 해 온 것이다.
소사구에서 이번에 변조한 수납대장도 문제의 사제장부다.
사제 수납대장은 세무직공무원들이 등록세 납부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사무소직원들과 야합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세금횡령이 가능토록 길을 터주는「마법의 대장」이 되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이밖에 부천시는 90년부터 지금까지 등기소통보분 영수증(45만여장)을 서류철에 철해 보존기한(5년)을 지켜야함에도 불구하고 등기소로부터 넘겨받은뒤 창고에 임시보관했다 무더기로 무단폐기하기도 했다.
인천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이번 사건은 단순한 세금횡령비리 뿐만 아니라 일선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총체적 부정부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이같이 허술한 세정,부패의 토양이 감시.감독기관으로부터 전혀 지적당하지 않고 시정되지 않은 것은 이해 할수 없다』고 말했다.
〈金正培.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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