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정치의 색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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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美國)의 유머작가 프랭클린 애덤스의 선거해학이다.『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익살을 떨었다.『페로가 좋아서가 아니라 부시와클린턴이 싫어서 페로를 찍는다』는 격이다.
정치의 산술(算術)역시 익살맞은 데가 있다.40년만에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미국의 중간선거는「정치대지진」으로까지 비유된다.그러나 그「압승」의 표(票)분석은 좀 의외다.
전체 투표율은 40%가 채 못됐다.공화당은 여기서 51%의 지지를 받았다.51대49,즉 투표율에서 2%포인트의 차이가 의석수에서 압승을 안겼다.
근로계층의 투표율은 92년 선거때보다 7%가 줄었다.반면 부유층 투표율은 7%가 늘었 다.이 차이가 바로「지진」을 불러왔다. 표의 성향은「색깔」이 두드러진다.백인 남자는 62%가 공화당에 표를 던진 반면 흑인들은 88%,히스패닉계는 7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가구소득 연 3만1천달러이상 계층의 69%가공화당을 지지했다.
정치노선이나 신조는 흔히 스펙트럼으로 표현된다.사회의 분화(分化)와 다원화가 촉진되면서 정치의 스펙트럼 또한 갈수록 무지개 빛이다.
미국 민주당의 색깔은 네 갈래다.전체 빈민계층의 89%를 이루는「가난한 민주당원」이 맨「좌측」에 자리한다.사회보장정책을 통해 사회적 안정만을 바라는 클린턴 지지자들이다.
다음이 뉴 딜주의자들이다.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하지만 사회정책에는 보수적이고 카터를「영웅」으로 받든다.
세번째가 소위「새 민주당원」이다.중산계층으로 정부에 덜 의존적이고 기업에 대한 반감도 덜하다.
클린턴에는 냉담하다.
「진보주의자」로 자처하는 독립적인 젊은 계층이 마지막 그룹이다. 공화당 또한 기업주의자와 레이건류의 도덕주의자.자유주의자의 3색이다.
정당의 색깔은 단색이 아니고 여러 색깔의 띠가 조화를 이루고있다. 이념이나 정책노선이 아니고 인맥.파벌과 정치적 편의로 이합집산하는 한국(韓國)의 정당과 그 정치의 색깔은 지금도「초록이 동색」이다.
유권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투표를 하거나,투표를 스스로 포기할 경우 뽑히는 것은「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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